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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질 / 강지혜

김성미 기자 | 기사입력 2021/11/02 [05:55]

나비질 / 강지혜

김성미 기자 | 입력 : 2021/11/02 [05:55]

나비질 / 강지혜

연신 콩을 까부르시던 어머니

스적이는 가을 바람에 한 숨 돌리시며

옹이진 손끝으로 키에 박힌 티끌을 점점이 골라내신다

찬서리 덮인 날도 검불이 일던 날도

갖은 서러움 키질로 날려 보내고 내 자식만은,

앙가슴에 내리 여섯 자식들을 쓰다듬으신다

회빛 바랜 눈에 넣어 둔 아른아른한 자식들

눈물 조차 쭉정이로 말라버려

시집 올 적 그 알곡 같던 날은 숫제 잊었다

평생 어머니란 이름으로

오롯이 한 말 자식 농사를 억척맞게 키질하신 어머니

아슴아슴 낱알로 배어드는 꽃다운 시절

가난을 업으로 삼았어도 그저 자식들 키울 때가 제일로 큰 낙이었지

마른 콩잎 같은 머릿수건에 수북한 그리움을 훔치며

해묵은 세월 검버섯 핀 키를 다시금 불끈 움켜 쥐신다

키 속에 샛노란 햇살이 찰랑이고

일렁거리는 바람결에 너울너울 나비가 날개짓 한다

나비 날개치듯 바람을 부쳐서 나비질이라 했던가

촤르륵촥 촤르륵촥 나비질 소리가 한 마당 구수하다

어머니는 키를 흔들며 고단했던 하루를 쳠쳠 키내림 하신다

​강지혜 시인

​한국사진문학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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