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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이한명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4/03/08 [11:49]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이한명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4/03/08 [11:49]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한명

 

 

 

   "선생님 무궁화꽃은 어디에 피어있나요?“

   ‘무궁화’ 동요가 끝나자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고 외친다.

 

  신사복으로 대표되는 외래종에 밀려난, 한복 고유의 빛깔인 우리의 꽃은 어디로 갔을까. 

 

  지난해 여름 고향에 있는 오래된 폐교를 다녀왔다.

  해마다 광복절 기념 축구대회가 열리는 그곳의 교정에는 도시에 있는 크고 작은 공원에서도 볼 수 없었던 무궁화꽃이 해마다 피고 지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이 아닐까. 

 

  그날의 빛났던 청춘들이여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있는가. 

  먼 길을 돌아 여기 섰노라. 

  하얗게 비어버린 지난 기억이 멈춰 선 DMZ

  팽팽히 당겨진 시간이 서로의 발목을 잡고 있던 인계철선 말목 너조차 썩어 꽃으로 피었구나 

  군번도 없이 죽어간 비목 위에 무궁화로 피었구나. 

  기억하리라. 무덤도 못 찾을 저 피의 능선에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이름들이 

 

  그곳 어디쯤 녹슨 철모를 닦고 있을 그들의 충정을

  뼛속까지 다듬고 깎아 하얀 군번표를 가슴에 새긴 군번 없는 늙은 노병의 눈물을 기억하리라.

 

  해마다 날로 더해가는 북한 김정은의 야욕과, 서해도 모자라 이젠 남해까지 몰려드는 중국의 불법조업 어선들, 그리고 독도 침탈의 망언을 계속 쏟아내고 있는 일본. 그들의 땅따먹기 놀이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술래는 끝나고 모두가 돌아갔다. 

  대한민국을 외치던 유월의 함성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고 삼천리 방방곡곡 피었다던 우리의 꽃은 찾을 수 없다. 

  벚꽃 휘날리던 담장 밑에 굽은 등 웅크리고 앉았더니 봄이 가고 여름 지나도록 그렇게 잊혔나 보다. 

 

  ​새야 방물장수 떠돌던 새야 꿈을 물어다 주렴

  무궁화호 기적소리 그치고 철길 건너 기다림도 빛을 잃었다.

  바람을 읽으려다 눈물만 훔친 때늦은 귀갓길, 조도 낮은 불빛 하나로 술잔을 채우던 청춘들아.

  지난날 그 갈채 속에 자랑스레 문양을 새겨 넣던 우리네 자존은 어떤 꽃이었을까. 

 

​  너 태어나 이 땅에 꽃으로 피려거든 무궁화로 피었거라.

  올림픽의 나라 찬란 턴 무대 그 갈채 받들어 무궁화로 다시 피었거라.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꽃’

  ‘피었네 피었네 우리나라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꽃’

 

  햇 봄 들썩이는 푸른 뱃길 끝에 두 송이 석화가 마중한다. 

  외진 산정에 홀로 서서 모국의 안녕을 지키던 철원 깊은 곳의 GP 병사처럼 

  지평의 끝에서 새로운 지평이 된 동방의 작은 불꽃, 독도

 

​  수 천 년 이어져온 약속, 맞잡은 두 손에 엄마와 아기섬의 별이 된 꽃 

  저토록 너른 물 위를 거침없이 뛰어놀다가 동해 한복판에 발 담그고 앉아 물새들 쉬어가는 품을 내어주면

 

​  뭇 별들 내려와 반짝반짝 땅따먹기 놀이 서툰,

  푸른 이랑 철썩이며 동요를 들려주던 그 바다는 앞뜰 뒤뜰에 두고

 

​  푸른 도화지를 펼쳐놓고 으르렁거리는 파도 더미에 묻혀 어떤 별도 그려 넣지 못한 저 망망대해

  사람들은 오고 가며 발걸음을 쌓고 괭이갈매기 날아들어 울음을 걸어 만든 섬

  그 곁에 엄마섬이 있어 외롭지 않은 아기 섬, 꽃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꽃’

  ‘피었네 피었네 우리나라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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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명

‘1993년 동인시집 『통화중』, 경향신문, 국방일보등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문학광장> 신인상 수상 시부문 등단 

‘강원일보 DMZ문학상, 경북일보 객주문학대전, 영남일보 독도문예대전 등 공모전 수상, 보령해변시인학교 전국문학공모전 대상 수상  

’2015 대한민국 보국훈장 수훈

’현재 격월간 문예지 <문학광장> 편집위원으로 활동중이며 

‘시집으로 『 카멜레온의 시』 , 『그 집 앞』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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