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인형 / 서원일
실이었으면 하곤 해요. 어디가 팔이고 어디까지가 다리인지 모르고 살 때가 좋았어요. 차 키에 매달려 흔들리는 목소리에 최면이 걸린 듯 덜 마친 꿈은 늘 깊은 유혹이어서 실뭉치 한 덩이 들고 건너편 의자를 차지한 당신을 떠올리곤 해요. 식지 않으려고 찬 손을 비비던 당신 그 손은 참 따뜻할 텐데. 실뭉치의 끝이 궁금한 것처럼 당신의 끝을 보고 싶어 한 올 한 올 당기면 나의 밖으로 당신을 꺼내는 당신을 봐요. 물끄러미 마주하면 당신은 웃는 날이 많고 당신을 통째로 들어 웃음소리 들을 수 있도록 흔들고 싶은 날이 있어요. 그런 날이면 당신을 만지작거리는 내 손도 따뜻해지는 걸 알아요.
이제는 당신의 실을 풀어주어도 될 것 같아요.
당신의 끝에 매달린 인형 하나.
▲서원일 현 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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