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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칠십 그리고 하나 / 이종남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4/02/23 [22:02]

어쩌다 칠십 그리고 하나 / 이종남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4/02/23 [22:02]

어쩌다 칠십 그리고 하나

 

이종남

 

 

  내가 70 그리고 하나의 나이가 됐다. 나의 70대를 그냥 할머니로 하루하루를 보내기가 뭔가 아쉽다. 나의 70대에​ 작은 느낌표 하나라도 찍어보고 싶은 욕심에 딸에게 부탁했다.

 

  "딸 인스타그램을 할까 유튜브를 해볼까?

 

  각 채널에 계정을 만들고, 회원가입을 하고, 시작을 해보려는데 혼자는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딸이 자기는 블로그에 글을 쓴단다. 이거다! 이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블로그에 글쓰기를 시작했다. 예전의 기억을 소환하고 메모를 뒤적이고 일상을 기록하면서 글을 썼다. 은근히 재미도 있고 생기도 난다. 내가 올린 글을 읽어 주는 사람은 우리 딸밖에 없지만.

 

  웬만하면 하루에 한 편씩 블로그에 글을 쓰려고 생각 중이고 그렇게 하고 있다. 날마다 읽어 주고 좋아요도 눌러주는 딸. 고맙다. 그 응원이 엄마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르지?

 

  오늘은 만두를 몇 개 찌고 돼지감자 가루에 익은 김치랑 양파 돼지고기 갈은 걸 넣고 남편과 함께 부침개를 해서 먹었다​. TV 앞에 앉은 남편에게 “나 블로그에 글 쓰고 올게요” 하고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특별히 할 얘기 쓸 글이 있는 것 아니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쓰다 보면 생각도 글도 정리된다.

 

  참!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어쩌다 칠십이다. 그래, 내가 어쩌다 칠십하고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아니다. 나의 70년 세월이 너무 소중하다. 하루하루가 치열했고 힘들었던 만큼 귀하다. 그냥 가버린 줄 알았고, 보내버린 줄 알았는데. 나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치열하게 살았고 여기까지 왔으니 그 세월이 어찌 어쩌다겠는가. 

 

​  그래도 돌아보면 감사한 것뿐이다. 잘 자라준 40대의 딸과 아들, 그리고 멋진 사위와 예쁜 며느리 그리고 아직은 옆에서 손잡고 잠들 수 있는 남편이 곁에 있다. 이런 세월을 어찌 ‘어쩌다’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나의 칠십하고 하나의 세월은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는, 날마다 선물이고 감사다.

 

 

 

 

▲이종남

일흔하나 보험설계사. 

PD딸과 소방관 아들을 둔 엄마

택시운전사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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