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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어[木魚]의 눈물 외 1편 / 이한명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4/02/02 [22:11]

목어[木魚]의 눈물 외 1편 / 이한명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4/02/02 [22:11]

목어[木魚]의 눈물 

 

가끔 눈길을 둔 허공이 보이지 않아

 

세상은 온통 병들어 허물어지는 소식들로

 

거리를 채우고

 

그 공간에 갇힌 자들 문을 닫았지

 

이념이 다르고 신념이 달라

 

삶의 가치마저 조각처럼 빚어 깃발에 매단

 

세기의 전쟁터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구도자의 발끝에 닿은 푸른 사막을 향해 

 

고난의 길에 오른 젊은 순례자여

 

별은 멀리서 빛나고 

 

우리의 염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상과 현실의 적막 속

 

맘속의 집은 스스로를 가두고 

 

발길에 빗장을 채우지만

 

세상 끝에 매달린 꿈이 통째로 흔들리던 빈자리

 

울어본 이는 안다

 

염원이 깊을수록

 

그 눈물이 얼마나 쓰고 외로운지를

 

 

 

 

 

 

고물상회 

 

 

일생의 마지막을 끌고 들어서는 노인의

 

수레 위에는

 

 

한때나마 온갖 문구로 세상에 이름을 떨쳤던

 

포장지들로 가득하다 

 

 

 

한 세상 곧게 뼈대를 세웠던 젊음을 보내고 

 

고철덩어리 조각난 몸으로 흘러들어온

 

우리의 노년은 

 

 

 

이제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아무렇게나 포개지고 짓눌린

 

골목 귀퉁이 버려진 짐 덩어리다 

 

 

 

그 길 위에 잎이 쌓이고 눈이 내리면 

 

또 얼마나 쓸쓸한 풍경일까 

 

 

 

인생이 풍경이 될 수 없듯

 

재생도 될 수 없다 

 

푸른 색안경 너머 세상을 해체하는 기계음이

 

고막을 찢는다

 

 

 

천 원짜리 몇 장의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주머니 속 

 

그래도 손에 쥐고 갈 것이 있어 다행이다 

 

 

 

오늘은,

 

 

 

 

 

 

▲이한명

' 문학광장 시부문 등단

' 시집『카멜레온의 시』2021. 『그 집 앞』 2024.

' 제9회 보령 해변시인학교 전국문학공모전 대상

' 격월간 <문학광장>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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