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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란 향기 외 1편 / 이여울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4/01/30 [07:50]

동양란 향기 외 1편 / 이여울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4/01/30 [07:50]

동양란 향기

 

 

행불행을 건너지 않고도

별들이 

반짝이는 호시절로

깊어 가는 밤

 

어둑한 허공 적시며

서둘러 몸 여는 난꽃

 

자다가 눈떠 보니

너무 늦게 다가온 인연처럼

방안이 온통

그대 생각만 떠다닌다

 

자정을 넘어가며 허공은 자꾸만

제 몸에 향기 묻히는데

 

지우려 해도

겹겹 들어와

콩닥콩닥

가슴에 박히고

 

개화의 첫 기억,

그 첫사랑의 순도 높은 향이

밀물처럼

우르르

눈부시게 몰려와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단풍

 

 

시월의 마지막 날에도

그는 오지 않았다

 

상처와 절망이 덧나든 말든

시작과 끝이 은밀한 

루머에 덜미 잡힌

과장된 소문은

분주한 귀를 잡아당기기 바빴다

 

애타는 마음은 잉걸불로 타올라

실성한 사람처럼

온 산 휘젓고 다니며

불 놓았다

 

더는 미련 갖지 말자고

가슴에 주먹질을 해댔는데

아물지 않는 그리움이 왔다 갔고

악몽을 꾸는 비참이 왔다 갔고

뚝 뚝 떨어지는 

슬픔의 눈동자가 매달렸다

 

끝끝내

온 산이 화염에 휩싸였다.

 

 

 

 

 

▲이여울

광주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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