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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팥죽 / 이종근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3/11/30 [05:35]

동지팥죽 / 이종근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3/11/30 [05:35]

동지팥죽 / 이종근

 

 

겨울 느티가 발을 동동거리며 손 시린 동짓날이 다가오지요

겨울 느티가 안쓰럽다며 엄마한테 말을 건네자,

 

엄마는 일찌감치 읍내 장터를 다녀오지요

 

눈 내리는 밤에 날렵히 삐져나온 달빛 한 줌이

고향 집 아궁이에 군불로 내려앉아, 고향 집 정짓간을 따뜻이 데우고 있지요

 

연기 없는 굴뚝에 연기 나는 혼담이 참말로 고맙지요

 

동장군이 한풀 내리 꺾이듯 새알심이 똥글똥글 빚어지고

부뚜막에 올린 쇠솥을 나무 주걱이 휘저으며 후다닥 팥죽을 쑤고 있지요

 

엄마가 터득한 문답 풀이가 술술 풀리어 가지요

 

쇠솥이 불어 팥죽을 나눌 대접이 사랑방에 밥상이 차지하자,

겨울 느티를 닮은 성긴 문을 끼익 열어젖히고

겨울 느티를 기다리는 동짓날,

사주단자가 무사히 오길 조마조마 발을 동동거리며 손을 부비지요

 

아슬아슬 살얼음을 동동 띄운 듯,

톡톡 쏘아대고 아삭아삭한 동치미 녀석도

종일 내리는 눈길에 혹, 미끄러질 봐

팥죽빛으로 설레듯 함 잡이가 조심조심 다가오지요

 

동짓달 근방에 다다른 청첩장이 나지막이 속살거리듯 부리나케 봄 느티를 잡아당기지요

 

 

 

 

 

 

▲이종근 시인

중앙대학교(행정학석사).『미네르바』신인상.《서귀포문학작품상》,《박종철문학상》,《부마민주문학상》등 수상. <천안문화재단>, <충남문화관광재단>등 창작지원금 수혜. 시집『광대, 청바지를 입다』(2022),『도레미파솔라시도』(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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