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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虛空) 外 2편 / 임석순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1/08/08 [13:18]

허공(虛空) 外 2편 / 임석순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1/08/08 [13:18]

허공(虛空)(1) / 태안 임석순 

 
저 높은 하늘을 향해 

날아라 날아라 날아보자 

빛과 어둠은 한 몸이라 

그리고 또 날아보자. 

 
날아가다가 날아가다가 

날갯짓에 햇살에 비취 지면 

힘이 들면, 잠시 쉬어서 

쉬어보자 쉬었다 가자 

쉬었으니 쉬었으면 

혼자라도 날아 보자 

여럿이 함께 날아보자. 

 
어제보단 많이 지나쳐 왔는데 

지나서 날아온 길이 제법 멀어졌는데 

거리만 느껴지고 마음은 그대로인데 

오늘은 어디로 날아가는 건지 

나도 모르게 어디로 날아가고 있는지 

 
가고 가도 끝이 없는, 하늘 세상(世上) 

빛과 어둠은 한 몸이라 여전하고 

어딘가 끝이 파랗게 보이는데 

날아서 날아서 가도 가도 

붉은 허공(虛空)뿐이네 

저 높은 하늘, 끝이 어디일까? 

 

 

 

허공(虛空)(2) / 태안 임석순 

 
한 해를 살아가면서 거들어 보니 

비석 치기 하던 시절이 새록새록 

그때가 그립고 그리워진다 

 
봄에는 감꽃이 피어나더니 

가을에는 곶감이 주렁주렁 달리고 

평온한 안방에는 화롯불이 따뜻했다 

 
강산이 변하는 동안 살아 보니 

강물은 변함없이 그대로 흘러가며 

정겨움이 오고 가는 호(好)시절 지났다 

 
지천명 다다라서 살아 보니 

육신이 머물 곳에 

영혼이 편안히 쉴 둥지가 있었다 

 
환갑을 지나면서 살아 보니 

조용히 되돌아 살펴보니 

흔적 없이 영(零)이 되어 있었다 

 
이제, 하루를 살아 보니 

찾아온 행복이 머물면서 

사라졌다가 소리 없이 다가온다 

 
이로써 

육신과 영혼이 하나 되니 

비로소 공(空)이 되고 영(零)이 되었다. 

 

 

아기 동백꽃 / 태안 임석순 

 
그 겨울, 하얀 세상을 만나 

매운맛을 보여준다 

 
하얀 세상에 짓눌린 

매서운 혹한에 맞서 

서러워 고개를 든다 

 
하얀 세상에 찾아온 

매서운 혹한에 맞서 

핏빛으로 맺힌다 

 
하얀 세상이 고달파 

붉은 피멍이 들어 

서러워 고개를 편다 

 
하얀 세상 만들어 

붉은 피멍 들어 

서러워 얼굴을 활짝 든다 

 
어리고 서러워서 

눈 속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 임석순(任石淳) 호(號): 태안(泰安) 

충청남도 태안 출생 / 아산 거주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대전충남지회 정회원 

▲(사)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원 

▲21문학시대문인협회 정회원 

<저서>시집 ‘계수나무에 핀 련꽃’ 

<공저> 문학어울림 동인지外 / 신정문학 및 창간호 남명문학지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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