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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목에서 우리는 외 2편 / 유가연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1/07/28 [09:14]

돌아오는 길목에서 우리는 외 2편 / 유가연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1/07/28 [09:14]

돌아오는 길목에서 우리는 

 

파르르 흩날리는 빗소리의 떨림을 따라 

그저 감은 눈꺼풀이 흔들리는 소리를 가만히 숨죽여 들을 때 

 

음성으로 보일까, 나비되어 날아올까 

그리운 마음 한 올 매듭지어 단단히 눌러 적는다 

 

시린 땀에 넥타이 젖어들 적에 내어주지 못한 환한 웃음은 

차마 감지 못한 슬픈 눈 되어 아른아른 퍼졌고 

내리 피워내던 입 속의 매운 연기는 

아픔을 짓이기던 발간 혀의 피되어 흘러 넘쳤다 

 

시초로 돌아간 씨는 하늘문 넘어 어디쯤을 횡단하고 있을는지 

빗소리 창 너머 귓가를 간질일 때면 

슬피 울던 하나의 목소리 반주되어 일렁인다 

 

놓지 못할 손을 움켜쥔 채 

타오르는 불꽃으로 떠나간 영혼에 대하여 

 

돌아오는 길목에서 우리는 

하이얀 꽃 한 송이 손에 든 채 목놓아 울었다 

 

 

 

깊은 못 

 

한 겹 더 자세히 들여다 본 어둠은 꼭 보조개가 사라진 네 얼굴 같아서. 

한참을 벗겨내려 속삭였다 

죽지 못해 사는 게 아니야 살기 위해 여러 번 죽었지 

피워낼 봉오리가 없는 봄을 맞이해야 하는 잔인함을, 

혹 그 꽃은 시초에 알고 있었을까. 

 

슬픔에 푹 절여진 한숨이 공허히 떨어져 나가고 나면 

꺾이다 만 희망의 숨이 네 주위를 맴돌기를 

홀연히 또 우연히 

쥐지 못한 간절함이 시간을 영속시켰다면 

영속된 간절함이 네 남은 시간을 붙잡아주길 

어둠이 피어오르기 전 속절없이 내려앉는 태양처럼. 

빛이 유연하게 춤추기 시작할 때 자리를 내어주는 쪽달처럼. 

사라지지 말기를 살아지기를. 

봄을 위해 사는 건 네가 아니야. 네가 살아있어 봄이지.

 

한 꺼풀 벗겨낸 깊은 못이 네 여분의 볼을 채웠다 

채울수록 깊어지는 건 비단 웃음만이 아니었다 

 

 

봄의 위로

  

세계에 첫 울음을 터트린 계절이 말캉한 형태로 내 숨에 달라붙었다 

곧잘 말랑하고 헐떡대고 경직되는, 

하나 된 그것이 몸 안을 구석구석 누빌 때마다 나는 

들썩이는 세계의 리듬을 익혀갔다 

슬픔은 종종 펑퍼짐한 형태로 나를 짓눌렀고 

기쁨은 다소 호리호리한 모습으로 오감을 스쳤다 

철따라 발아하지 못한 감정이 설익은 계절을 삼킬 때마다, 

멀미를 유발하는 향수에 치이길 반복했던 숨은 

거듭해서 더듬거림을 앓았다

자주 들여다볼수록 

슬픔은 부피가 커졌고 

기쁨은 농밀하지 못했다 

일희일비의 당도를 알아가던 어느 날, 

그가 네 숨에 들러붙은 그것이 

본래 영혼이며 생이라 불리는 유한의 시간이라 말했다 

숨을 들여 사철을 충실하게 동요하는 것이 생이요, 

그 봄에 태어난 너는 꼭 잔바람에도 꿈틀하는 

아지랑이에게 주어진 시간의 총체와 같은 것이라 말했다 

충분히 일렁이고 여지없이 꿈틀 거리기를, 

봄의 전령이 살가운 위로를 건넸다.

 

 

  

♣ 유가연 작가

추계예술대학교 영상시나리오학과 졸업 

브런치 작가 활동, 빈칸 세 번째 전시 ‘글’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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