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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 정이흔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3/12/14 [09:31]

겨울비 / 정이흔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3/12/14 [09:31]

겨울비 / 정이흔

 

 

비가 내린다

계절 잊은 비가 내린다 

 

계절 잊고 버티던

애꿎은 플라타너스 잎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흩어 흘려보낸다

 

아무리 손사래 치며 버텨봐야

눈 하나 꿈쩍 않는다     

 

겨울비가 내린다    

 

한여름 나무를 장식했던

두 손으로 하수구 입을 틀어막으며

버텨 봐야 소용이 없다

어차피 끝난 생이다 

  

겨울비는 그저

갈 길을 거들었을 뿐이다

결코 겨울비가 보낸 것은 아니다  

 

겨울비에게

잎을 팔아먹은 손은

플라타너스 나무다

자기에게 양분 주던 잎마저

쓸모를 다하니

떨구었을 뿐이다  

 

그저 겨울을 날 생각뿐이다

잎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나무만 살면 그만이다  

 

그것 참

이기적인 나무다   

  

단지 

자기가 살기 위해 겨울비와 야합한

치졸한 나무일뿐이다          

 

 

 

 

 

 

▲정이흔

한국미술협회 정회원

제21회 시인투데이 작품상 시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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