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비운 줄 알았는데 속내를 알고 나서야
욕심이 보이는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감상] '다 비운 줄 알았는데'
나의 몸이, 키가, 마음이 다 자란 줄 알았던 때가 있었다. 다른 누가 보면 아직 한참을 더 자라야겠다고 보일 텐데도 나만 그걸 몰랐던 때가 있었다는 건 내가 더 자란 후에 깨달았다. 나는 내가 지금도 자라고 있음을 느낀다. 늘 부족함을 느낀다는 뜻일 거다. 비울 때가 되었다는 건 채움이 있어야 가능한 게 아닐까! 채워지기도 전에 비운다는 건 성미가 급하거나 버르장머리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안다는 것의 끝은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고 자라는 것의 끝은 모자람을 아는 것이다. 아무리 채우려 해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우리의 삶인 것 같다. 채워지는가 싶으면 점점 비워지고 마침내 텅 빈 가슴에서 허탈함을 느낀다. 그러니 비운다고 생각 말고, 채운다고 생각 말고, 그저 지금 나를 감싼 이 시간을 성심으로 채우고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면 좋겠다. (장시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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