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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상자 / 서원일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3/07/05 [14:09]

종이 상자 / 서원일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3/07/05 [14:09]

종이 상자 / 서원일

 

 

물이 아닌

그릇에 가까우며

소유와는 멀다.

 

담아내려고 허우적거리던 팔이

가지런히 포옹으로 접힌다.

공간을 밀어낼 때마다

나는 무거워지고

내던져지지 않기를 바란다.

습기에 약점이 있어 함부로 눈물을 흘릴 수 없는 운명

전생은 재활용폐지에서 읽는다.

다행스러운 건 나의 표정이 무채색은 아니어서

유채색의 테두리, 누런 표정을 짓기까지

투명 테이프의 점성을 견디며 놓지 않을 만큼 꼭 잡으며 살아온 인생.

내 것이 없어서 비어간다 해도

나는 내어주는 것이 아니어서

내게로 돌아오는 길이 마냥 쓸쓸하지 않아서 좋다.

찢기어 너덜너덜한 인생이라 해도

한 번은 뜨거워지기 좋은 순간은 오고

탁, 탁 외마디 비명이

탄성인 줄 아는 사람들만이 모여든 중심에서 탄생하는

저 따뜻한 땅 위의 별

 

늙어가는 종이 상자를 본다. 

잘 눌려 접힌 저 몸뚱이

라면 한 봉지의 값어치를 가늠하는 것이 오늘은 우습다.

 

 

 

 

♣ 서원일

현 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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