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상자 / 서원일
물이 아닌 그릇에 가까우며 소유와는 멀다.
담아내려고 허우적거리던 팔이 가지런히 포옹으로 접힌다. 공간을 밀어낼 때마다 나는 무거워지고 내던져지지 않기를 바란다. 습기에 약점이 있어 함부로 눈물을 흘릴 수 없는 운명 전생은 재활용폐지에서 읽는다. 다행스러운 건 나의 표정이 무채색은 아니어서 유채색의 테두리, 누런 표정을 짓기까지 투명 테이프의 점성을 견디며 놓지 않을 만큼 꼭 잡으며 살아온 인생. 내 것이 없어서 비어간다 해도 나는 내어주는 것이 아니어서 내게로 돌아오는 길이 마냥 쓸쓸하지 않아서 좋다. 찢기어 너덜너덜한 인생이라 해도 한 번은 뜨거워지기 좋은 순간은 오고 탁, 탁 외마디 비명이 탄성인 줄 아는 사람들만이 모여든 중심에서 탄생하는 저 따뜻한 땅 위의 별
늙어가는 종이 상자를 본다. 잘 눌려 접힌 저 몸뚱이 라면 한 봉지의 값어치를 가늠하는 것이 오늘은 우습다.
♣ 서원일 현 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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