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는 하루 / 양향숙
언제부터 우린 갈등처럼 엮여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을까
전철을 타려는 순간 네가 곁에 없다는 걸 알고 몹시 당황스러웠어 돌아가기엔 너무 늦어버렸지
불안이 엄습했어 허전해 견딜 수 없었어 머릿속 실타래가 꼬인 느낌이랄까 기억 속 회로가 정전이 된 것처럼 까맸지
시간의 흐름 속에 생각보다 체념은 빨랐어 너 없이도 살 수 있겠다 싶었을 때 네가 날 붙든 게 아니라 내 스스로 집착했다는 걸 알았지
손바닥 하나에 쥘 수 있는 너에게 너무 의지하고 살았나 봐 내려놓고 나면 별일 아닌 일들이 팽팽하게 붙들고 있었던 거야
이렇게 잠시 불안이 왔다 가는 것처럼 나의 마지막 순간에도 가닥가닥 얽힌 인연의 줄 툭 끊을 수 있으면 좋겠어 쉽게 놓을 수 있으면 좋겠어
♣양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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