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 예시원
된다는 사람은 되는 이유만 찾고 안 된다는 사람은 안 되는 이유만 찾는데
와인과 치즈, 막걸리와 된장이 맛있는 건 잘 익었기 때문이지요
왕조 시대나 현 시대나 권력과 부를 향한 권세 다툼은 끊임 없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추픽추에서 불어오는 피리소리나 방귀소리일 뿐이지요
마치 광주리 속의 삭은 토마토가 물컹 만져지는 아득한 느낌이랄까
세우지도 못한 채 시들어버린 시대의 퇴락한 물건일 뿐이지요
욕심을 버리고 지혜를 채우면 인간의 생은 묏부리를 넘는 꽃바람이고
애타게 기다리지 않아도 그대 귓가에 스치는 것은 명주실바람이지요
질뚝배기의 마음 / 예시원
가을 저녁 출출함을 달래주던 오래된 국밥집 골목을 찾는 건 뚝배기가 그리운 마음이다
뚝배기에 담긴 국밥의 온기는 허기진 이와 음식을 내는 이의 마음이 일치하는 순간이다
뚝배기에 담긴 막걸리가 넉넉한 것은 따라주는 이와 받는 이의 그리운 마음이 통하기 때문이다
국밥과 막걸리를 다른 그릇에 담는다면 그 마음과 마음이 느껴질까 그렇지 않을까
플라스틱 그릇에 담긴 국밥과 스텐 그릇에 따른 막걸리에 훈훈하고 넉넉한 마음이 느껴질까
▲예시원 : 작가·문학박사
〈월간문학〉짬뽕 한 그릇 〈한국소설〉짬뽕 두 그릇 등단 / 소설집『토영 통구미 아재』 시집『누가 바다의 이름을 부르는가』 수필집, 평론집 다수 발간 / 한용운문학상, 한국문학상, 박남수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수필가협회, 서울시인협회, 경남소설가협회, 경남시인협회 회원 /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이사, 계간『시와늪』주간·심사위원, 한국문학세상 심사위원, 문학춘하추동 부회장
<저작권자 ⓒ 시인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오늘, 시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