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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색 구두 / 예시원

엽편소설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4/11/20 [15:10]

자주색 구두 / 예시원

엽편소설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4/11/20 [15:10]

자주색 구두 

 

예시원

 

 

 그래 맞다. 그 녀석은 몹쓸 놈이 맞다. 아무리 천하에 난봉꾼 오입쟁이라도 그렇지, 어떻게 제 마누라의 친모인 장모님과 그 짓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 더러운 놈은 처음 공략 목표가 지금의 아내가 아니었다. 마누라는 덤으로 얻은 상품이었는데 나중엔 진짜 상품이 돼버린 것이다. 부산까지 오며가며 건축공사를 하던 중 단골로 다니던 식당이 있었는데, 그 식당 여주인이 과부인 것을 알고 이 더러운 오입쟁이가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것이다. 나이로 봐도 거의 아들 또래나 되는 곽덕구의 집요한 입질에 넘어간 과부는, 삣낚질 하는 그놈이 귓볼에 살살 집어넣는 말에 녹아나버린 것이다.

 “아이고 우리 장모님은 아직도 삼십대 새댁 같습니다. 어찌 이리 살결이 고운지 신기합니다.”

 “아이고 우리 사위한테 딸 주기 싫은데 어떡하지? 나만 보면 안 되겠나? 우리끼리만 이렇게”

 어쩌겠는가. 삣낚질을 자주 해오던 통에 두 사람은 운우지정(雲雨之情)이 쌓여 그만 떼려야 뗄 수 없는 찹쌀궁합의 관계가 되고 말았으니, 그 가운데에서 딸을 사이에 두고도 지속적인 만남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생각은 완전히 동상이몽이었다. 곽덕구는 처음엔 식당 여주인 과부가 목적이었지만, 자주 마주치다 보니 식당집 딸도 눈에 들어 농락하게 됐던 것이다. 식당 여주인은 처음엔 자기 딸에게 마음이 있는 줄 알고 접근을 허락했다가 모녀가 둘 다 넘어가버린 것이다. 그 딸이 덜컥 임신이 된 사실을 알게 된 곽덕구는 예전 방순선의 경우처럼 또 모른 척 외면하고 도망을 가려했지만, 이번엔 경우가 달랐다. 모녀를 번갈아가며 농락한데다 그 딸이 임신까지 되었고, 거기다가 그 친모는 칼을 쥔 식당 여주인이었던 것이다.

 “곽서방 이제 어쩔 수가 없네. 어찌 하겠나? 우리 숙자하고 결혼해야지. 당연한 거 아니야 맞지? 그렇지?”

 사실은 식당에서 일을 도우고 있던 딸은 낮엔 공장에 다녔던 회사원이었다. 저녁에 가끔씩 식당 일을 도우며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잦았는데, 그만 그동안 식당에 자주 들렸던 영업기사 김 대리라는 총각에게 봉변을 당했었다. 다행히 임신은 되지 않아서 쉬쉬 숨기고 있던 중 백마 탄 기사처럼 곽덕구가 나타난 것이다. 천하에 호색한 곽덕구가 한두 번도 아니고 그걸 모를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남녀관계는 씨앗이 자라고 아이가 생겨나면 어쩔 수 없는 끈이 되기도 한다. 난봉꾼 곽덕구도 정작 본인도 신상품은 아니었는지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아이고 머리야, 어떻게 하지? 그러면 장모님이랑 저랑은 어떻게 됩니까? 집안 촌수가 이렇게 되면 곤란한데요.”

 “곽서방 어떻게든 우리 숙자한테는 비밀로 해야 되네. 안 그러면 큰일 나. 아무튼 우리 숙자 잘 좀 부탁하네. 잘 좀 보살펴 줘 으응? 그러면 내가 자네한테 잘 해 줄 게. 언제든지 원하는 거 있으면 다 해 주께"

 “그러면 우리 관계는 끝난 겁니까?”

 “그게 아니고, 아 참 왜 그리 성질 급하고 눈치 없어 으응? 그게 아니고 내가 더 잘 해준다니까 그러네.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지?”

 “아하 그렇구나. 아 알겠습니다. 더 이상 말 안 할게요. 아, 오늘 같은 날은 한잔 해야지요. 저는 숙자 보다 우리 장모님 가슴이 더 좋은데 어떡하지요?”

 “에유 애들처럼 왜 그래? 알았어, 내 잘 해 주께, 이리 와봐. 아이고 이렇게 실한 물건을 어떻게 만들었나 그래 으응? 절대로 딴 데 써먹지 말고 우리 숙자한테만 써야하네 알았지? 사람이 딴 데 눈 돌리고 그러면 안 되지, 그렇지? 아이고 어찌 이리 여물고 실 할까”

 이런 천하에 빌어 처먹을 인간 말종이 다 있나. 곽덕구는 끝까지 실망시키지 않는 천하의 호로잡놈이었고 난봉꾼 오입쟁이였다. 그나마 지금까지도 그 관계가 마누라에게 들통 나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었다. 그 장모님은 3년 전에 지병으로 이미 별세하셨다. 그때 문상 갔던 종석이 술 한 잔 나누면서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고, 덕구의 눈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장모님 상중인데도 사위라는 놈이 뭐가 그렇게 즐거운 건지, 희희낙락거리고 킬킬대더니 뚫어지게 쳐다보는 종석의 눈길에 놀란 건지 같은 소리만 계속 반복하며 중얼거렸다.

 “너 왜 그래? 야, 너 왜 그래? 나는 잘못한 거 없다. 너 왜 그래? 야, 너 왜 그래? 나는 잘못한 거 없다.”

 종석은 무표정하게 말없이 계속 술만 마셨고 덕구는 계속 넋두리를 해댔다.

 “아이고 어떡해, 내가 죄인이다. 아이고 어떡해, 내가 죄인이다. 미안하다 으응? 미안하다 으응?”

 덕구는 느닷없이 대성통곡을 해댔다.

 “아이고, 아이고”

 문상 온 손님들은 사위가 저렇게 장모님 상을 당해 슬피 우는 건 처음 봤다고, 아마도 장모와 사위의 관계가 참 애틋하고 좋았던 것 같다면서 감탄을 하는 것이었다.

 “아이고 장모니 임 어떡해. 아이고, 우리 장모니 임 어떡해.”

 종석은 갑자기 짜증이 팍 솟으며, 술맛이 떨어져서 신발을 찾아 신고 밖으로 나서는데, 눈에 기시감이 있는 구두가 눈에 들어왔다. 세월이 꽤 지났는데도 그 낯익은 자주색 구두 한 켤레가 눈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미선의 구두였다. 세월이 지났는데도, 그 자주색 구두는 낡거나 헤지지도 않은 채 그대로였다. 놀란 종석은 장례식장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니며 확인을 했다. 손님들 중엔 아무리 찾아봐도 미선은 없었다. 그런데 놀라운 곳에 미선이 서 있었다.

 “어… 어… 미선”

 종석이 빈소에서 문상할 때 주방에 있었던 건지, 보이지 않던 미선이 상복을 입고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 동생? 언니?”

 다행히 자매는 아니었다. 그러면 누구인가? 알고 보니 덕구 아내 숙자의 오빠의 처가 돼 있었다. 덕구의 처갓집 가족의 시누이와 올케 관계가 돼있는 것을 본 종석은 기절할 듯 놀랐다.

 “그러면 식당집 외동딸인 줄 알고 있었는데, 오빠가 있었다니? 그건 그렇고 울산으로 시집가서 잘 살고 있다고 하더니 그 신랑이 저 사람? 덕구에겐 처형의 아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집안이야?”

 종석과 얼굴이 마주친 미선도 한동안 입을 벌린 채 멍하게 서 있었다. 가슴에 통증이 밀려왔다. 몸도 마음도 다 무너지는 것 같다. 덕구와 밖에서 담배를 피우며 조용히 다시 물어봤다.

 “곽가야, 너도 부끄러움을 아냐? 너도 이 상황이 안 난감하냐? 나는 혼란스럽다.”

 “뭐 인마, 너희 집안도 아닌데 뭘 그러냐? 우리 동갑내기 여자들과 연애해봐야 나중에 다 이 집안 저 집안 숙모님들이고, 형수들이고 그렇지 뭐, 어쩌라고? 그게 뭐 내 책임이냐 으응?”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이 못돼 처먹은 놈은 입에서 나오면 떡방아 찧는 이야기고, 자다 일어나면 생구라 치는 이야기밖에 모르니 종석은 그냥 확 주둥이를 뭉개버리고 싶었다.

 “아이고 이 이 짐승 쉐이야, 찢어죽일 놈아. 너는 이 상황이 즐겁냐 쉐이야 너도 사람이냐? 너 그리고 그 뒤에는 아무 일도 없었지? 저 미선씨 하고 으응? 말해봐”

 그러나 덕구는 끝까지 짐승임을 믿어 의심치 않게 증명해 주었다.

 “으흐흐 어떡하지? 나도 어쩔 수가 없어. 그렇게 된 게 내 책임이냐? 으흐흐”

 이 짐승은 피시식 웃어대며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상황을 계속 웃음으로 때우고 있다.

 “으흐흐 너 진짜로 순진 하기는 자식이, 으흐흐”

 “너 그러면 결혼한 뒤에도 저 미선씨랑. 너 진짜 내가 도저히 이해가 안 가고 용서가 안 된다 진짜”

 아, 우리의 종석이는 끝까지 순진한 바보 멍청인지 순진한 척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담배를 끄고 돌아서는데 강렬한 불빛에 반사되는 자주색 간판이 눈에 확 띄었다. 자세히 보니 어딘가 색깔이 좀 이상해보였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왔다 갔다 고개를 돌려보니 원색이 붉은색 칼라의 간판이었다. 그렇다면 손님들의 어지럽게 흩어진 신발 틈에 보인 미선의 자주색 구두와 그때 그 덕구의 자취방 댓돌 위의 자주색 구두는 동일한 구두가 아니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너 인마,  라이터 함 줘봐. 무슨 색깔이냐고?”

 마침 그놈의 라이터 색깔이 붉은색이었다. 네온사인 속에서 간간히 비치는 강한 서치라이트에 그 붉은색 라이터를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순간 놀라운 일이 생겼다. 형광색 불빛 때문이었다.

 “자… 주… 색…”

 종석은 아주 곤혹스럽고 난감한 표정으로 덕구를 쳐다보다 고개를 돌렸다. 이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당혹스러웠다.

 “너 뭐 하냐 인마, 라이터에 뭐가 있다고 이리저리 보고 있냐? 내 라이터 슬쩍 훔쳐가려고 그러냐? 이리 줘”

 지금껏 구두 한 켤레의 칼라 때문에 덕구를 쳐 죽일 짐승 같은 놈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고, 한편으론 미선에게도 미안해졌다. 순간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고, 늘 물속 깊이 잠겨있는 것처럼 심연의 깊은 슬픔과 복잡한 실타래가 풀리는 것 같은 느낌으로 깊은 한숨이 새 나왔다. 마치 오랫동안 누적된 피로감과 함께 찌뿌듯하던 게 일시에 풀리는 개운한 기분이었다.

 “야 이 자식아 너는 어찌 그리 장난이 심하냐 인마. 장난칠 게 따로 있지 너는 이 자식아 진짜. 내가 오랫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냐 인마. 확 그냥 이 자식을. 아이고 곽가야 이 자식아 대한독립 만세다 인마”

 “누가 죽었냐? 인마 자식아, 내가 장모님 돌아가셨는데 네가 왜 곡을 하냐? 이상한 녀석이네”

 종석은 그동안 분하고 원통해서 수많은 날들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장탄식을 하며, 하얗게 지새운 불면의 밤들이 억울했고 한심스러웠다. 문득 문득 베드 위에서 덕구와 미선이 몸을 섞고 뒹구는 장면을 상상하며, 죽음보다 참혹한 고통에 시달렸던 날들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사랑을 생각하면 살인이 날 것 같고, 우정을 생각하면 헤어진 사랑 때문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너 이 자식, 그러면 너희 장모님 하고 알콩달콩 했던 이야기는 뭐야 인마, 연애하던 거는… 삣낚질은 뭐냐?”

 “아 자식이 진짜. 그거는 인마 장모님이 사위 몸보신 시켜 준다고 닭 잡아서 푹 고아준 이야기였는데 너는 인마, 너 진짜 나쁜 자식이네. 그러면 나랑 장모님이랑 연애를? 이 자식 진짜 나쁜 놈이네 으응? 너 그거 밖에 안 되는 놈이었어? 으응? 아, 진짜 한심한 녀석이네. 그리고 인마, 우리 장모님이 사위가 덩치가 작으니까 이놈이 딸하고 결혼 하면 아들 딸 놓고 알콩달콩 잘 살면서 남자구실 잘 하겠는가 싶어서 사위랑 술 한 잔 먹고 짓궂게 장난삼아 사위 물건을 슬쩍 만져본 거지. 이 자식은 진짜, 너 뭐 상상한 거야 으응? 이거 진짜 나쁜 놈이네. 아무리 장모라도 여잔데 그러면 사위 물건을 볼끈 쥐고 조몰락거리는데, 이게 이 물건이 가만 그냥 있냐? 인마 그래서 요놈이 볼끈 솟는 바람에 얼마나 민망하든지. 에이 자식 너도 참”

 “그렇지 맞지? 미안하네. 내가 쓸데없는 상상을 해가지고, 에이 참. 그러면 네 와이프와 그 운전기사 사건은?”

 “시… 시끄럽다 조용히 해라 인마. 이 자식 진짜 큰일 날 놈이네 으응? 그거는 인마 너하고 나만 아는 비밀인데. 무덤까지 가져가야 돼 인마. 안 그래도 마누라가 내 눈치 보는 거 같아서 전혀 모르는 척 하고 내색을 않고 있는데. 너도 입 조심 해라 으응?”

 다시 안으로 들어가니 한 며칠 잠을 제대로 못자고 피곤해서 얼굴이 수척할 텐데 미선의 얼굴은 오히려 차분했고, 복사꽃처럼 화사하기만 했다. 미선의 화장기 없는 맨얼굴을 본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종석은 가슴 저 곁에서 싸한 통증이 밀려올라왔다. 그 화장기 없는 미선의 맨얼굴 입술 위에 살포시 입맞춤을 하고 싶은 충동이 불각시에 치솟는다.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거기에 더 있다가는 미선의 손을 덥석 잡을 것만 같았다. 상복 위로 드러난 그 하얀 목덜미를 보는 순간 자칫 실수라도 할 것만 같았다. 피해야 한다. 돌아서야만 한다.

 “아. 맘이 아프다.”

 정작 의외로 미선은 무덤덤했고 차분하기만 했다. 종석을 보고도 눈인사에 고개만 까딱할 뿐 표정변화나 미동도 없다. 이미 남남인 사이임을 애써 드러내는 것일까. 종석은 너무나 가슴이 아려서 신발을 찾아 신고 서둘러 나오던 중 다시 한 번 그 얼굴을 확인하듯 쳐다보았다. 미선은 마지막으로 슬그머니 미소를 지으며 살짝 손을 가볍게 올렸다 내렸다. 아, 관세음보살의 미소가 떠오른다. 그랬다. 여자 앞에서는 남자들은 다 철무럭이 어린아이였을 뿐이다. 어쩌면 석가모니가 영산회상에서 연꽃을 보이며 살그머니 미소를 지은 염화미소(拈華微笑) 같기만 했다. 종석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 미선은 마지막 미소를 보냈다. 종섭은 하마터면 닭똥 같은 눈물을, 폭포수 같은 눈물을 펑펑 쏟을 뻔 했다. 서둘러 허급지급 그곳을 빠져나왔다.

 “종석아 바보 같은 쉐이야, 사람의 귀가 뭐 때문에 두개 달고 다니는 줄 아냐 인마. 인제 정신 좀 챙겨라 자식아. 너 또라이냐? 네가 그러면 우린 가족인데 자주 얼굴 보는 나는 뭐가 되냐 자식아. 세상사 다 곧이곧대로 듣고 믿는 놈이 어디 있냐? 네 마음은 아는데, 인제 남의 아내 된 사람 쳐다보니까 어떠냐? 서로 모른 척 하고 살아야지 이 바보야. 그래서 남녀관계는 무덤까지 갖고 가야한다는 거야 인마. 야, 자식아 그 게 남자다 인마.”

 덕구는 또 한 번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상복을 입은 가족들 틈에서 이리저리 분주히 왔다 갔다 하며 심부름을 하는 청년을 가리켰다.

 “너 쟤가 누구 많이 닮았냐? 함 봐라”

 종석은 동공이 확대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덕구가 손으로 가리킨 그 청년의 얼굴은 마치 빼박이처럼 종석의 얼굴을 닮았다.

 “너 절대로 딴 생각 하지 말고 내 말 잘 들어라. 모두 다 잊어 버려라. 아무 소용없다. 정신 챙겨라. 누구 닮았냐?”

 종석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긴 한숨처럼 내뱉는다.

 “쟤네 아버지 많이 닮았네. 쟤네 엄마도 좀 닮았고. 잘 생겼네.”

 “그렇지 맞지? 그런 거야 인마. 알았지?”

 “쟤네 아버지 많이 닮았네.”

 “쟤네 아버지가 누구냐? 혹시 너”

 “그걸 인마 왜 나 보고 자꾸 물어 봐 으응? 쟤네 아버지가 쟤네 아버지지. 나 하고 무슨 상관이냐?”

 “그렇지 맞지? 그러면 됐다. 내가 너한테 꼭 듣고 싶었던 게 그거다.”

 “너 진짜 잔인하다 이 자식아”

 종석은 입에 문 담배의 재가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필터 끝까지 타들어가는 줄도 모른 채 빨아 당기고 있다. 끄윽, 소리가 올라오고 폭포수 같은 눈물이 터져버렸다. 이것도 동민의 장난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눈앞의 현실은 너무나 엄청난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예시원 : 작가·문학박사

〈월간문학〉 짬뽕 한 그릇, 〈한국소설〉 짬뽕 두 그릇 등단 / 소설집 『토영 통구미 아재』, 시집『누가 바다의 이름을 부르는가』, 수필집, 평론집 다수 발간 / 한용운문학상, 한국문학상, 박남수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수필가협회, 서울시인협회, 경남소설가협회, 경남시인협회 회원 /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이사, 계간『시와늪』주간·심사위원, 한국문학세상 심사위원, 문학춘하추동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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