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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돌아보니 / 이한명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4/09/24 [15:35]

어느 날 돌아보니 / 이한명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4/09/24 [15:35]

어느 날 돌아보니 / 이한명

 

 

한창 매미울음으로 들끓어야 할

나의 계절이

잠깐의 방심으로 귀뚜라미 울음으로 변했다

내 속엔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분신들이

각자의 소리로 나를 담금질한다

끝도 없이 채우기만 하던 

푸른 욕망의 계절이 지나고

이제 홀로 선 흔들림이 없는 저 고요의 빛깔

무엇을 말하는가

맘속을 지배하던 분신들이 

낙엽 지듯 뚝뚝 떨어져 나간다

한때는 목련이 하얀 꽃잎으로 별빛을 받아내고

싱싱한 풀잎들이 이슬을 머금던

꿈이 있던 곳

우리의 늙은 세월을 의탁할 

그곳의 계절은 더 빨리 오고 더 빨리 간다

지금은 단풍나무 아래 

홀로 선 노신사처럼 달빛을 길게 늘어뜨리고

왔던 길보다 더 먼 길을 

떠나야 하지만

조금씩 서서히 물들어가는 노을처럼

종일 벼랑 끝으로 몸을 밀어내던 

계절은

귀뚜라미 울음 끝에 걸렸다 

한번 뒤척일 때마다 아득히 멀어지는 저

청춘

 

 

 

 

 

 

▲이한명

1993년  동인시집 『통화중』, 경향신문, 국방일보등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문학광장> 신인상 수상 등단

강원일보 DMZ문학상, 경북일보 객주문학대전, 영남일보 독도문예대전 등 공모전 수상 

보령해변시인학교 전국문학공모전 대상, 노계문학전국백일장대회 대상, 강원경제신문 코벤트문학상 대상, 문학광장 시제경진대회 장원, 시인투데이 작품상, 서서울호수공원 가을시화전 대상 등 수상

2015 대한민국 보국훈장 수훈

현재 격월간 문예지 <문학광장> 편집위원으로 활동중이며

시집으로 『 카멜레온의 시』, 『그 집 앞』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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