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돌아보니 / 이한명
한창 매미울음으로 들끓어야 할 나의 계절이 잠깐의 방심으로 귀뚜라미 울음으로 변했다 내 속엔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분신들이 각자의 소리로 나를 담금질한다 끝도 없이 채우기만 하던 푸른 욕망의 계절이 지나고 이제 홀로 선 흔들림이 없는 저 고요의 빛깔 무엇을 말하는가 맘속을 지배하던 분신들이 낙엽 지듯 뚝뚝 떨어져 나간다 한때는 목련이 하얀 꽃잎으로 별빛을 받아내고 싱싱한 풀잎들이 이슬을 머금던 꿈이 있던 곳 우리의 늙은 세월을 의탁할 그곳의 계절은 더 빨리 오고 더 빨리 간다 지금은 단풍나무 아래 홀로 선 노신사처럼 달빛을 길게 늘어뜨리고 왔던 길보다 더 먼 길을 떠나야 하지만 조금씩 서서히 물들어가는 노을처럼 종일 벼랑 끝으로 몸을 밀어내던 계절은 귀뚜라미 울음 끝에 걸렸다 한번 뒤척일 때마다 아득히 멀어지는 저 청춘
▲이한명 1993년 동인시집 『통화중』, 경향신문, 국방일보등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문학광장> 신인상 수상 등단 강원일보 DMZ문학상, 경북일보 객주문학대전, 영남일보 독도문예대전 등 공모전 수상 보령해변시인학교 전국문학공모전 대상, 노계문학전국백일장대회 대상, 강원경제신문 코벤트문학상 대상, 문학광장 시제경진대회 장원, 시인투데이 작품상, 서서울호수공원 가을시화전 대상 등 수상 2015 대한민국 보국훈장 수훈 현재 격월간 문예지 <문학광장> 편집위원으로 활동중이며 시집으로 『 카멜레온의 시』, 『그 집 앞』이 있다.
<저작권자 ⓒ 시인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오늘, 시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