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 / 박유인
새로 만든 집 분양합니다. 임대료는 무료입니다. 가끔 먹을 것도 제공합니다. 살다가 마음에 안들면 언제든지 떠나도 됩니다.
[감상] 눈이 번쩍 뜨이는 말이다. 세상에 새로 만든 집을 무료로 분양하다니. 게다가 가끔 먹을 것도 주고 살다가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떠나도 좋다니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춤을 덩실덩실 추고 싶은 말이다. 주인이 재벌 2세일까, 자선사업가일까, 믿어도 되는 말일까, 세상에 어떻게 이런 집이 있단 말인가. 하도 수상하고 사기꾼이 많은 세상이다 보니 선량한 마음도 의심하고 두드려 보게 되는 현실이다. 박유인 시인은 새(新)집과 새(鳥)집의 동음이의어를 적절히 사용하여 집이 고픈 사람들의 마음을 훔친다. 그냥 집이라도 좋은데 이렇게 좋은 조건의 집이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줄을 설까. 기왕에 베푸는 새집이라면 넉넉하게 지어 많이 분양하면 좋겠다. 집이 없는 사람마다 모두 한 채씩 들어가 살며 아침마다 새들처럼 노래할 수 있도록. 혼자 적적하게 사는 것보다 이웃이 많아 시끌벅적한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겠지. 살다가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떠나도 된다니까. 각설하고, 집은 많은데 왜 집이 없는 사람이 많을까.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집을 부의 수단으로 삼는 건 지나친 이기주의다. 가진 자들이 정치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분배가 안 되고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새집을 지어 무료로 분양하는 이런 착한 주인을 찾아 국회로 보내면 세상이 달라지지 않을까. 발아되지 않을 농담이라도 해 보고 싶다. (양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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