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 / 양향숙
서슬 푸른 시절 보호 받기 원하는 자 그 곳으로 뛰어들었다
사랑과 정의의 자물쇠로 굳건하게 지켜 주었다
[감상] 꽃잎 깊숙한 곳에 작은 벌레 한 마리가 들어가 있다. 양향숙 시인은 그 벌레에서 성당에서 농성하고 있는 시민과 학생들의 모습을 본 것 같다. 치안당국에서는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조작사건을 규탄하는 시위대를 끌어내려고 했지만 성직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뜻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철수했다. 명실공히 성역이 보호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어떤가. 종교시설은 이제 더 이상 성역이 아니다. 미사일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학캠퍼스도 학생들의 공간이 아니라 치안의 공간이 되었다. 이제 보호받을 성역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보호받아야 할 성역은 있다. 양향숙 시인이 언급한 사랑과 정의가 바로 그것이다. 자유와 인권도 덧붙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성역은 우리 인류가 최후까지 지켜내야 할 마지막 보편적 가치다. 이 성역이 무너지는 순간 인류문명은 끝나고 야만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무자비한 전쟁과 폭력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지고 있다. 양향숙 시인의 <성역>은 벼랑 끝으로 내달리고 있는 지구촌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성역은 끝까지 지켜야 한다. (문창진 시인)
<저작권자 ⓒ 시인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사진문학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