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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평의 달빛 언덕에서 뜨거운 남자를 만나다 / 양향숙

[문학기행] 이효석 문학관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1/10/07 [22:27]

봉평의 달빛 언덕에서 뜨거운 남자를 만나다 / 양향숙

[문학기행] 이효석 문학관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1/10/07 [22:27]

[문학 기행]-봉평의 달빛 언덕에서 뜨거운 남자를 만나다

 

서울디카시인협회(이하 서디협)에서 문학기행을 가자는 말이 나왔다. 직장인들로 구성된 문학인들이라 날짜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하여 정한 날이 103일 개천절. 코로나 시국을 감안, 인원을 제한하여 여섯 명이 메밀꽃 필 무렵을 놓치고 메밀꽃 질 무렵에 봉평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반겨주는 효석달빛언덕이라는 표지판이 우릴 환영하고 있다.

 

 

 

 

 

시인의 생가를 먼저 찾았다. 짚으로 지붕을 이은 정갈한 한옥, 그 안에 그가 쓰던 책상과 물건들이 잘 정돈되어 있었는데 제법 부유한 생활을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효석 작가(1907.2.23~1942.5.25 평창 출생, 호는 가산)의 시대는 외세 침입의 시대로 곤궁했던 서민들의 생활이었었겠지만 그는 교수와 교사로 재직을 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소설에서 나오는 물레방앗간 마당 한 귀퉁이에 있는 조각상 앞에서 일행이 포즈를 취했다. 처음 만난 사이도 있지만 온라인상에서 작품으로 만나 정을 쌓은 덕분에 서먹함도 없이 그저 즐거운 표정들이다.

 

 


 

 

이효석의 문학작품이 소장되어 있는 근대문학체험관이다. 원본의 빛바랜 색깔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시대를 뛰어넘는 소통이 문학이나 예술 작품의 힘이겠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원작을 깨알 같은 글씨로 조각을 해 놓은 조각판이다. 읽기도 힘든 작품을 어떻게 새겼는지 그 정성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연인의 달이라는 조형물이다. 창밖의 달을 통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하는데 밤에 연인끼리 오면 더욱 빛나는 밤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린 힘껏 달을 들어 올리는 행위예술가가 되었다. 어쩌면 디카시로 만난 우리의 우정을 함께 들어 올리는 행위이며 서디협의 앞날을 위해 서로의 힘을 합하겠다는 뜻으로 읽혀지기도 했다.

 

 

 

 

 

 

 

문학산, 이름이 정겹다. 작가가 이 길을 오르내리며 사유의 폭을 넓혔을까? 그 자취를 따라 느긋하게 오르고 싶은 나무 계단, 호젓하게 혼자 오르고 싶은 언덕배기다. 다 오르고 나면 그의 정신세계와 한층 가까워질 것만 같다.

 

 

 

 

 

허생원이 성서방네 처녀와 하룻밤 인연을 맺었다는 그 물레방앗간이다. 오래된 이야기처럼 시간의 흔적이 스며든 물레방아가 멈춰진 채 그날의 사연만 들려준다.

 

 

 

 

물레방앗간 앞에 세워진 석조물인데 뒤쪽에 담쟁이 넝쿨이 올라가고 있다. 일부가 붉은 단풍이 들어 시심을 부추겼다. 일행은 이 석조물을 보고 각자 작품 한 점씩 만들어 보자고 해 나도 흔쾌히 작품을 만들어 보았다.

 

 

 

 

 

 

물레방앗간 / 양향숙 

 

수줍어 뒤로 숨어도 

붉어지는 마음 감출 수 없었네 

 

달이 너무도 밝은 까닭에*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서 인용

 

 

 

 

가을 햇볕이 뜨겁다는 건 알았지만 이리도 뜨거운 줄 몰랐다. 철제 그의 몸에 손이 닿는 순간 찌르르 감전이 되는 것 같아 디카시 한 수 남겼다.

 

 

 

 

 

뜨거운 남자 / 양향숙 

 

가을 햇살에 등을 내맡기고 

그는 어제처럼 앉아 있었지 

 

허생원의 하룻밤처럼 

달궈진 어깨에 마음이 데어 

팔짱을 끼었다가 슬며시 풀었지

 

 

 

 

 

비록 져버린 메밀밭이지만 어찌 그냥 갈 수 있으랴. 소금을 뿌린 듯 환한 꽃길이라 상상하며 허생원의 뭉클한 감성을 만지작거리고 하룻밤 인연에 생긴 동이와의 만남과 평생 품고 살았던 성서방네 처녀와의 재회를 생각해 본다.

 

 


하얗게 핀 메밀밭에 달빛이 쏟아지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은 각자의 몫이지만 일상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문우들의 모습을 보았다. 이 넓게 펼쳐진 메밀밭에 우리는 추억 한 자락 만들고 떠나니 이후로도 오래 이 글귀와 함께 기억에 남아 있을 것이다

-“산허리는 온통 모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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