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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헛하다 / 박여범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1/09/23 [05:28]

헛헛하다 / 박여범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1/09/23 [05:28]


헛헛하다 / 박여범

‘헛헛하다’는 ‘먹은 것이 없어서 무언가 먹고 싶은 느낌이 있다.’, ‘무엇을 잃은 듯하여 몹시 아쉽거나 섭섭한 느낌이 있다.’ ‘헛헛’은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소리 또는 그 모양’을 말한다.

차가 이동수단이 된지 오래다. 시골길을 걷거나 차로 이동하다보면 사람 그림자 찾기가 어렵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어르신의 모습이 하나 둘 보일 때는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어느 골목에서도 아이의 울음소리나 우렁찬 목소리를 찾는 것은 어렵다. 고요한 시골의 쓸쓸함이 가득 베어 기분은 다운시킨다. 헛헛하다.

전화가 울린다. “00회 졸업생 채0범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찾아뵙지 못하지만 안부전화 드렸습니다. 제가 몇 년 준비해서 회계사 시험에 합격을 했거든요”, “축하한다.”, “직장은 서울입니다. 언제 시간 내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나마 간간이 전해오는 소식은 꼭 취직이 되거나 세상말로 조금 풀린 아이들이 전화나 메시지를 통해 안부를 전해준다. 20년이 넘은 졸업생들 중 전화 한 번 없는 녀석들이 많다. 헛헛하다.

교무실에 앉아 빗소리를 듣는다. 빗소리를 들으면 차분해지고 어딘가를 지그시 바라다볼 수 있다. 나름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런데도 커피 한 잔 나누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진정한 친구 같은 동료가 많지 않다. 이럴 때는 씁쓸하다. 헛헛하고 헛헛하다.

“오랜 시간 살아온 연구실을 비우고, 돌아왔습니다. 중간에 레노베이션하느라 한 학기 쯤 다른 연구실에서 보낸 것 말고는, 바로 이 방, 인 문관 303호에서 27년을 보냈습니다. 책 한권마다, 음반 한 장마다, 액자마다, 사연이 하나씩 붙어있는데, 그냥 마구잡이로 털어냈습니다. 그런데, 이 새벽에 문득 잠이 깨어 민PD의 포스팅을 보노라니 오늘 종일토록 헛헛했던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유영대 교수님이 정년퇴임을 하시면서 페북에 남기신 글의 일부이다.)

등하교 시 신발에 대한 지도가 꾸준하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너무나 자유분방하다. 규칙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은 고민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선도적인 측면에서 지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예전처럼 엄하게 지도할 수도 없다. 학생의 인권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헛헛하다.

인생이란 것이 다 헛헛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신입이라고, 결역자라고 절대로 일을 도와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간적으로 도와주면 인간적인 정이 답으로 와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것을 발판으로 상대방이 나를 짓누르거나 생각지도 않는 일을 떠맡아야 한다는 비극적인 현실이 많다. 참으로 헛헛하다.

독백으로 결론을 대신한다.

‘삶의 근본은 그 자체가 헛헛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 헛헛함을 벗어나려는 인간의 몸부림이 오히려 더 큰 헛헛함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헛헛함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 헛헛함이 해소된다 해도 또 다른 그것의 무게는 얼마일까? 등 생각이 많은 시간이다.’

 

 

 

 

 



 
 
 

▲박여범(시인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충북 옥천 청산 출생이다. 

시인,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수필가다 

시산맥, 전북문인협회, 남원문인협회 회원이다 

월간 콕, 콕COC 연재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전북타임스신문과 전북매일신문사 오피니언 연재 중이다. 

저서로는 『시詩가 꽃피華는 木나무』(부크크) 2020, 『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문경출판사) 2016 , 『글쓰기의 이론과 실제』(한국문화사-공저) 2000, 『한국민속과 전통예술』(문경출판사) 2000, 『논문작성의 이론과 실제』(학지사-공저) 2001, 『독서로 행복해지는 한 권의 책』(부크크) 2019 외 다수가 있다. 

전북대학교, 군산대학교, 광주대학교, 서남대학교, 중부대학교, 한국방송대학교에서 글쓰기와 비평론에 대한 다년간 강의를 진행하였다. 

현재, 전북 남원의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전국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용북중학교 교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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