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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보이는 것들 / 박 우 미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1/09/15 [20:03]

비로소 보이는 것들 / 박 우 미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1/09/15 [20:03]

비로소 보이는 것들 / 박 우 미

 

 

아침 일찍 일어났을 때 더 노곤하고 찌뿌둥해 하는가.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날은 더없이 그런 날이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누워만 있고 싶었다. 그렇다고 계속 누워만 있으면 시간 낭비를 할 것 같아서 일단 나는 몇 분 동안 계속 몸을 움직여 봤다. 그러고 나서 이날 나는 오랜만에 엄마를 따라다니며 옆에서 일을 돕기로 결심했다.

 

오전 일곱 시 반 우리는 방바닥 청소를 했다. 진공청소기로 바닥에 있는 먼지와 티끌을 제거한 다음 물걸레로 문지르며 마무리했다. 이번에는 물티슈를 들고 창틀 청소를 했다. 오전 열 시 전 한여름이라 그런지 빨랫감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동안 내 빨랫감은 내가 알아서 해 왔으니 엄마의 일손을 줄여 준 것인가조금은 그랬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빨래를 했다. 이 기세를 몰아서 나 혼자 화장실 청소를 했다. 한 평 반 정도 되려나? 작은 평수인데도 청소는 꽤 걸렸다. 끝내고 보니 내 몸에는 땀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특히 손바닥과 발바닥에 땀이 흥건했다. 아마 내 몸은 열이 발생했고 흥분이 일어났었나 보다. 나는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외식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점심으로 담양에 가서 맛있는 돼지 떡갈비 한정식을 먹었다. 그런 후에 소화도 식힐 겸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걸었다. 그러다 나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이 길을 걸어?” 그러자 엄마는 단 두 음절만 대답했다. “운동.” 나는 처음 그 말을 듣고 맞는 말이라서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때만이라도 엄마의 걱정들을 내려놓지하는 아쉬움이 컸다.

 

집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 두 시 반이었다. 우리는 다 되어 있었던 빨래를 널은 후 장을 봤다. 그러고 보니 집에서 급하게 나오느라 쇼핑 카트를 갖고 나온다는 것을 깜빡했다. 우리는 농수산물 공판장에 가서 파 한 단, 무 한 개, 브로콜리 한 개, 오징어 한 마리, 삼치 한 마리를 샀다. 검은 봉투에 들어있는 음식 재료들 중 채소들은 내가 들었고 수산물은 엄마가 들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우리는 삼치 조림과 오징어숙회를 하며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그러다 하필 주문했던 김치가 우리 집에 배달됐다. 우리는 총 15Kg 되는 김치를 번쩍 들었고 반찬통에 담아 두었다. 오후 다섯 시가 돼서야 우리는 조금 쉴 수 있었다. 엄마는 간식을 먹는다고 했다. 아니 먹어야만 한다고 했다. 엄마에게 간식은 흑염소 진액이라든지 마 가루를 넣은 플레인 요구르트라든지 등. 건강식 위주의 간식이었다. 나는 간식이고 뭐고 잠시 누워 있었다. 어느덧 오후 여섯 시가 됐고 우리는 저녁밥을 차려 먹었다. 그 후에 나는 설거지를 했고 이제 조금 쉬어도 되나 싶은 찰나에 출근했던 동생이 집에 왔다. 우리는 다시 저녁밥을 차렸다. 이제 오후 여덟 시를 조금 넘어서고 있었다. 그때 하루 종일 밭에서 일했던 아빠가 집에 왔다. 우린 또 저녁밥을 차렸다. 결국 하루에 저녁밥을 무려 세 차례나 차린 셈이었다. 나는 하루의 마지막 설거지를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비로소 엄마가 왜 손목이 아팠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네. 이래서 경험은 중요하다는 말이 결코 틀리지 않구나. 그리고 엄마는 왜 건강식으로만 간식을 챙겨 먹는 것인지 충분히 이해가 되네. 나이도 나이지만 이러한 가정일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겠어.’ 나는 내면의 눈물을 흘렀다.

 

이제부터 나는 엄마에게 살림꾼이라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살림이란 한집안을 이루어 살아가는 일이란 뜻을 갖고 있다. 한집안에는 엄마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던가. 그리고 엄마의 건강이 요즘 안 좋아져서 집에 있는 것이지 그동안 꾸준히 아빠 일을 도와줬기 때문에 전업주부라는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엄마는 결코 돈으로도 따질 수 없는 그만큼 귀중한 가치가 있는 주부이다. ‘가정일가족이 하는 일로서 결코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것을 부디 가족이 알아주기를 바란다.

 

 

 

 

 

♣박우미 

광주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유해물질분석과 실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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