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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요했던 물 / 유양업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1/08/07 [01:50]

긴요했던 물 / 유양업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1/08/07 [01:50]

긴요했던 물 / 유양업

 

 

우리의 삶에서 긴요한 것이 어찌 물 뿐이랴. 공기도 있을 것이고, , 햇빛, 자연환경, 가족, 국가, 세계, 동식물 그 외에도 많이 있을 것이다. 며칠 전 밤사이 함박눈이 소복이 내려 목화 솜털로 덮어 놓은 것처럼 하얗게 보이는 시야가 환상적이었다. 매서운 한파도 다가와 몹시 추웠다. 수도가 혹시 얼지 않을까하여 수돗물이 조금씩 흐르도록 틀어 놓고 안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른 아침 식사 준비를 하려고 부엌으로 갔다. 수도꼭지 물이 흐르지 않았다. 수도꼭지를 틀어보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올렸다 내렸다 움직여 보아도 물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화장실은 어떤가 하여 들어가 보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집에 수돗물이 끊기니 당장 씻을 물도 먹을 물도 없어 황망했다. 핸드폰을 열어 날씨를 보니 기온이 영하 17도까지 내려갔다.

우리는 아파트 단지 1호에 사는데 옆집 2, 3호에 사는 친척집에 들러보았다. 3호는 우리집처럼 물이 나오지 않았고, 2호는 물이 정상으로 나왔다.

어머, 여기는 물이 나오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더니 참 위기를 면하게 되었네.”

다행히 위급함을 면하게 되었다. 2호의 물을 사용하여 용변을 볼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몰랐다. 같은 단지의 다른 집들은 모두 한파에도 물이 나오는데, 왜 우리 집과 3호만이 나오지 않을까? 날씨가 풀리면 기술자를 불러서 손을 좀 봐야 하나. 아마, 해동이 되면 풀려서 우리 집 수돗물도 사용할 수 있겠지, 초조한 마음을 안고 한 가닥의 희망도 가져 보았다. 다음날 기온이 올라가고 바로 날이 풀리니 우리가 기대한 것보다 더 빨리 물이 저절로 나와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얼마나 기쁘고 감사 했는지 모른다.나는 이런 일을 경험하면서 우리가 평소에 별 생각 없이 사용했던 물이 얼마나 소중하고 요긴한가를 절실히 느꼈다.

기원전 6세기 철학의 시조였던 그리스의 탈레스는 물은 만물의 근원이라 했다. 물은 우리 삶의 젖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우리 삶의 젖줄이 물 뿐이랴. 태양 에너지도 그렇겠고 생각해 보면 다른 많은 것 들이 있을 것이다.그런데 물만으로는 생명체를 만들 수 없고, 생명에 필요한 생리 작용이나 유전 현상도 불가능하다. 물이 생명에게 꼭 필요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물이 생명의 아르케(근원)라는 주장은 재고해 볼만하다.

물에 대한 언급은 사람의 직업과 위치에 따라 다각적으로 표현되어 왔다. 문학가는 문학가대로 음악가는 음악가대로 과학자는 과학자대로 의학자는 의학자대로 직업과 전문분야에 따라 물의 이미지에 대해 다양하게 표현되어 왔다. 특별히 성경에서 사람들이 요단강 물에서 세례를 받았던 것은 물이 죄를 씻는 것을 의미했다.

물은 우리 인체의 70%로 구성되어 있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하루 물 섭취 권장량은 2.5L, 8잔이라고 한다. 물은 우리 몸 속에서 체온 조절과 혈액순환 및 영양소 운반 등 다양한 대사과정에 쓰이기 때문에 필수적이다. 물을 마시는 것은 간편하게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의학적으로 알 수 있는 물의 효능은 8가지가 있다. 다이어트(체중감소), 독소제거, 고혈압 완화, 면역체계 향상, 심장마비 예방, 두통 완화. 피부 미용, 숙면 효과가 있다. 그런데 하루 2.5L, 8잔을 마셔야 한다고 우리가 알고 있는데, 이것은 오해에서 기인 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정설처럼 알려져 있었던 하루 물 2.5L, 8컵의 물을 마셔야 한다는 사실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정말 잘못된 주장일까. 하루의 물 섭취량 2.5L, 8컵의 물마시기에 대한 자료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1945년에 발표되었던 한 자료에 도달하게 된다. 미국국립과학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s)의 식품영양위원회(Food and Nutrition Board)에서 발표한 자료인데, 해당 자료에는 성인에게 매일 필요한 물의 양은 2.5L이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그 양의 대부분은 일상적인 음식에 포함되어 있다고 적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성인이 하루에 2.5L의 물을 필요로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은 우리가 먹는 음식물 속에 포함된 것까지 해서이다. 물통을 들고 다니면서 하루에 2.5L씩의 맹물을 마셔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이 자료가 일반인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고의였는지, 아니면 실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2.5L의 물이 필요하다는 첫 번째 문장만 전달되고, 바로 뒤에 있는 문장인 그 물이 음식물에 포함되어 있다는 내용은 쏘옥 빠져버렸다.

재미있는 사실은 하루에 2.5L의 물을 마셔야 한다는 이 낭설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오랫동안 정설처럼 믿어져 왔다는 것이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미국의 뉴욕타임즈, 영국의 BBC와 같은 쟁쟁한 방송사가 이 근거없는 속설을 믿지 말라는 특집기사를 내보낼 정도였다. 생각건대, 우리의 지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부족하고 보잘 것 없는 것인가를 겸허히 인정할 수밖에 없다.

서양에서 최고의 권위 있는 어느 성경학자이며 성직자가 일생을 성경공부에 심취하여 연구해 왔는데 은퇴하면서, 소감을 묻는 말에 이같이 대답했다.

나는 망망대해의 넓은 태평양의 물에서 단지 한 모금의 물을 마신 것과 같다.”

얼마나 겸허한 말인가!

이번 한파로 인해 집안에 수돗물이 잠시 끊겼던 것을 계기로 해서 물의 긴요함을 더욱 실감케 하며,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얼마나 보잘 것 없고 부족하고 불완전한가를 겸허히 깨달았다. 매사에 바른 지식을 얻기 위해 힘쓰고 노력해야겠다고 겸손히 다짐해 본다.

 

설레인 순백 미소 영롱함 휘감아서

물보라 낭만 풀어 낮은 곳 향해 가며

푸른 꿈 온몸 내밀어 끌어안고 흐른다

 

자연을 살려 주는 부드런 힘의 능력

생명수 되는 젖줄 사연들 가득 담아

심신의 아픈 곳마다 어루만져 고친다

 

막히면 돌아가는 순리와 속삭이며

물방울 작은 힘도 무게를 떠받들어

모든 곳 오물투성이 정결하게 씻는다.

-졸시조 <긴요했던 물> 전문

 

 

 

 

♣ 유양업 작가   

[문학공간] 시, 수필, 시조 등단  

향촌문학상 수필, 시조 대상  

한국을 빛낸 문인 100인 선정(2019,2020)  

대한민국남농미술대전 특선 외 다수  

한국문화 예술연대 이사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호남 지회장  

캘리포니아 유니온 유니버시티 음악 석사(성악)  

러시아 모스크바 장신대 음악 교수  

문학박사, 시집: 오늘도 걷는다, 시조화집: 지금도 기다릴까  

수필집: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별빛 따라, 행복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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