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전신주 / 강현분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1/06/15 [04:17]

전신주 / 강현분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1/06/15 [04:17]

 

 

전신주 / 강현분 
 

생각이 잦은 나는 제일 먼저 눈을 뜬다. 

너에게 닿기 위해 아무도 닿은 적 없는 허공에 팔을 뻗는다. 

새와 바람이 쉬어가기 좋은 나의 두 팔 

비바람에 젖어들수록 너는 더욱 또렷해진다. 

 

너는 선과 줄의 전율을 좋아한다. 

너는 폐허에서 날아왔다 

뜨거운 맥박이 쉼 없이 너에게로 흘려 

일흔일곱 개의 선으로 너를 묶어버렸다

 

하나의 선택이 

일흔일곱 개의 선택되지 못한 것들을 감싸고 

선택은 종종 온몸이 타들어가는 뜨거운 열꽃을 피우거나

날개를 태우거나 황량한 폐허를 만들기도 한다. 

 

파르르 떨리는 부리로 너는 나를 쪼고 

일흔일곱 개의 선이 터지는 순간을 나는 노을로 떠받들고 서 있다 

너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일흔 일곱 가닥의 전율.​

 

 

♣ 강현분 시인

한국문인협회 시흥지부 회원 

소래문학회 회원, 서울디카시인협회 정회원 

시집 '시간도둑과 달팽이'(문학의 전당, 2015)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