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생일은 뿌리에 남아 비가 스몄던 축축함 바람이 흔들었던 푸석함 햇살이 관통하던 찬란함
그것들은 어디로.... 먼저 꽃이 되겠다던 아우성 잎 먼저 피겠다던 소란 가지는 힘들게 그들을 달고 흔들림으로 세상을 버텼지 뿌리는 이미 보이지 않아
열매가 달리기 전에 꽃이 먼저 뛰어내리고 잎이 뿌리 덮을 즈음 둥치도 뿌리도 자유
겨울 앞에 발가벗으면 적막이 자유 가을이 위대한 것은 떠남 뒤 남는 풍요라며 어스름 나목들이 밤마다 속삭여
마수걸이
바다 가르던 갈치 이빨 성성한 입 비스듬히 벌린 채 은빛 그림이 되어 바람 물고 누웠다 파도처럼 일렁이던 고등어 소금 품은 놈도 안 품은 녀석도 푸른 적요 온몸 가득 덮고 눈살 아랑곳없이 잠잔다 물살 떠난 햇살 속 요지부동이다 태어난 곳 떠난 걸림 몇 번을 넘겨지며 온전히 가난한 이들의 삶으로 변했다
묵직한 비옷 입은 생선가게 사장 현란한 칼춤 춘다 오디션이 끝난 무대 아래 관객처럼 장꾼들 박수 치며 흩어진다 바다 통째로 지고 온 듯 파도 소리 내며 머리꼬리 잘라내고 토막 처진다 소금 비린내 뿌리는 손에 지전이 넘겨지자 이마 땀 문질러 허리춤에 넣는다
백중사리에 살집 물러진 구럭 속 꽃게 아는 이들이 눈길조차 외면한 그것 살아있음이 한탄인지 연신 거품 물고 부스럭부스럭 죽음이 삶이 되는 시장 골목에서 신명이 꿈 이루는 지름길 환한 웃음의 젊은 생선 장수 안다 오늘도 마수걸이에 하루를 건다
▲이덕대 * 공군사관학교 졸업 및 공군대령 예편 * 계간 우리글(2024) 시 부문 신인문학상 * 김포문학(2017) 및 한국수필(2021) 신인상 * 한국수필 2023 ‘올해의 좋은 수필10’ 선정 <감나무 가지에 걸린 달빛으로 자라기> * 수필집 출간 <감나무 가지에 걸린 달빛으로 자라기(2023)> <내 마음 속 도서관(2024)> * 시인투데이 작품상(2024) <한통속 감자꽃> * 한국수필가협회 및 한국문인협회 김포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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