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 서원일
등 하나 켜고 살 수 있기를
켜도 켜지지 않는 날 켰다가 꺼지는 날 꺼버리고 싶은 날 그러느라 등 꺼진 날 늘었다.
등 대신 켜진 두려움은 더듬어, 더듬는 손으로 달래지는데 쉬 달래지지 않아서 어둠 속에 담겨 있는 웅크린 몸뚱이가 선명하다. 어둠보다 더 진한 어둠으로 산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서 스위치에 손 대기 시작한 건 아닐까.
스치는 바람 탓 대신 바람 잡을 생각 없는 나뭇가지를 뻗으며 한 자리 지키고 사는 고목처럼
나 하나 켜고 살 수 있기를
▲서원일 현 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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