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져야 할 시간 / 조규춘
광주에서 상주까지 어쩌다 네 바퀴 25년이 걸린 칠순의 아우
전동 휠체어로 십 리 마중한 구순의 언니
막대자석과 말굽자석 포옹도 잠시 산울림 그림자도 쓸쓸함을 쏟아낸다
[감상] 이미지가 많은 이야기를 한다. 광주에 사는 칠순의 동생이 자동차를 타고 상주에 사는 언니를 방문했다. 구순의 언니는 동생이 온다는 기별을 받고 얼마나 반가웠으면 전동차를 타고 십 리 마중을 하셨을까. 신중년인 동생은 아직 꼿꼿한 막대자석으로, 노년의 언니는 허리 굽은 말굽자석으로 서로를 포옹한다. 비유가 애잔하면서도 재미있다. 오랜만에 만난 자매의 이야기가 얼마나 산처럼 쌓였을까. 몇 시간이라도 짧았을 시간이다. 하룻밤 묵으며 밤을 지새워 회포를 풀어도 좋으련만 자매는 그렇게 헤어지는가 보다. 산울림 그림자마저 쓸쓸함을 쏟아낸다고 하는 걸 보면. 조규춘 시인님의 서정 가득한 작품을 보고 모처럼 마음이 산만하지 않았다. 평소 작품을 보면 도대체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지 몰라 난감하기도 하고 내가 너무 무식한가 돌아보기도 한다. 댓글을 달기조차 어려운데, 본인은 그걸 원한다고 하시니 늘 대략난감은 독자의 몫이었다. 사진 찍고 계신 분의 모습이 그림자에 담겼는데 이 이미지의 백미라 하겠다. (양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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