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어떤 부재(不在) / 이한명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4/02/07 [12:30]

어떤 부재(不在) / 이한명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4/02/07 [12:30]

어떤 부재(不在) / 이한명 

 

 

 

성긴 눈발 속 

 

그림자를 잃어버린 겨울바람이 이른 새벽

헐거운 문풍지만 숭숭 뚫어놓고 

가난한 내 잠귀를 흔들고

지나갈 때면 

 

간간히 속울음 감추고 머리 풀고 일어서던

청솔가지 연기 속에 

주저앉은 불씨를 돋우시는 어머님의

시린 뼈마디가 흔들립니다 

 

허기진 당신의 빈

술병처럼 

세상 밖 눈발 속에 펄럭이던 길들마저

제 신명을 다 하지 못한 채

두발 꼭꼭 묻어두고 

 

행랑 떠난 당신은 어느 길목에

소식을 묻고 계시는지 

혹은

잃어버린 유년의 대숲에서 꺼이꺼이 마른

이끼 속살 같은 울음을 울고 계시는지 

 

남의 곡조에 춤추던 상실된 당신의 무딘 가락 위로

매양 들려오는 풍문만 어지럽습니다 

 

가벼운 아침 바람에도 들녘은

자신의 형상으로 서지 못하고 

세간에 눈만 푹푹 빠지는 당신의 빈

그림자 위로 

 

가끔씩 찾아드는 철새의 서글픈 눈들이

온종일 메마른 풀숲만 뒤적이다가

떠나갑니다

 

 

 



▲이한명

' 문학광장 시부문 등단

' 시집 『카멜레온의 시』 2021. 『그 집 앞』 2024.

' 제9회 보령 해변시인학교 전국문학공모전 대상

' 격월간 <문학광장> 편집위원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