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ㅡ 치악산 구룡사에서 / 이한명
겨울밤은 비나 눈이 아니 와도 온통 가슴을 시리게 한다 울타리를 넘는 바람소리가 아니어도 텅 빈 가슴을 울리는 건 공허한 외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힘든 세상을 견뎌야 할 춥고 외로운 청춘들이 술잔을 기울이던 포장마차의 선술집 독한 미열을 앓던 삶의 취기를 버리고 화두를 찾아 나선 길
밤에 내리는 눈은 눈덩이처럼 부풀리지도 않고 남의 눈치 따라 이리저리 휩쓸림 없어 좋다 붉은 꽃 지고 없는 백일홍 여윈 나뭇가지 위에도 살풋 잠들지 못한 적요의 겨울 산사 뜨락에도
애태우며 떠나보낸 살피지 못한 인연 겨울밤 깊숙이 묻어둔 상처들을 어루만져 걷는 길 그 깊고 푸른 숨소리를 들어가며 홀로 견딘다는 건 아직은 기다림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넘실대듯 물결치는 상념의 고뇌 속 눈 내리는 밤은 얼마나 고즈넉한가 그 곁에 조용히 귀 기울여보리라 내 오랜 인연으로 다녀간 하얀 발자국 소리 따라 아랫목엔 체온보다도 더 따뜻이 덥혀진 털신이 겨울을 나고 있는 동안거 속에서
' 문학광장 시부문 등단 ' 시집『카멜레온의 시』2021. 『그 집 앞』 2024. ' 제9회 보령 해변시인학교 전국문학공모전 대상 ' 격월간 <문학광장>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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