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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렬 교수의 '내가 읽은 詩' (꽃마리의 연가 / 양향숙)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1/06/07 [04:15]

이병렬 교수의 '내가 읽은 詩' (꽃마리의 연가 / 양향숙)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1/06/07 [04:15]

 




꽃마리의 연가

 

― 양향숙

 

작아도 너무 작아서

눈에 띄지도 않는 계집애가

풀섶에 오도카니 서 있다

 

들여다보면

얼굴 가득

연하늘빛 웃음을 머금은 채

 

그 자리 서기까지

종종 걸음으로

얼마나 먼 길을 걸어왔을까

 

하늘빛 미소 짓기까지

얼마나 오래

구겨진 시간을 문질렀을까

 

한 송이 꽃이라며

온몸으로 떠받치고 있는 세상이

하늘 향해 열려 있다

 

 

봄이 되면 산과 들에 온갖 풀들이 돋아나고 그들은 꽃을 피운다갈퀴덩굴개미자리광대나물꽃다지꽃마리별꽃봄까치꽃봄맞이살갈퀴소리쟁이지칭개황새냉이…… 그리고 이들도 꽃을 피운다모든 식물은 꽃이 있으니까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잡초라 불린다.

 

잡초를 국어사전에서는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불필요한 식물들이라 정의하고 있다.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까지는 이해를 하겠는데, ‘불필요한 식물이라니지극히 인간 특히 농부의 인식 수준에서 정의하고 있지 않은가이제는 농부의 시선이 아니라 화단을 관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심지 않고 가꾸지 않은 꽃이 바로 잡초가 된다그러니 함부로 대하는 것은 물론 뽑아버리기 일쑤이다.

 

사실 일반인들의 경우 잡초는 이름을 모르는 풀이다나 역시 이들 이름을 알기 전에는 산길 들길이나 화단의 풀밭에 들어갈 때 잡초란 생각에 아무렇지도 않게 밟고 지나갔다그러나 이름을 알고부터는 함부로 밟기가 두렵다행여 내 발에 밟혀 죽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양향숙의 시 <꽃마리의 연가>에는 내가 꽃마리란 풀의 이름을 알고 난 후 느꼈던 것들이 그대로 담겨 있다전체 다섯 개의 연으로 구성된 시에서 시인은 꽃마리의 본성을 하나하나 드러낸다꽃마리 – 부르기에도 듣기에도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가그러나 이름을 알기 전에는특히 농부나 정원사에게는 잡초일 뿐이다얼마나 많은 꽃마리들이 화단에서 뽑혀 나갔을까.

 

시를 보자.

 

꽃마리는 작아도 너무 작아서 눈에 띄지도 않는시인의 말처럼 참 작다정말이지 눈에 뜨이지 않을 정도로 작다그러니 일반인들은 꽃인지도 모르고 밟고 지나간다시인은 이 꽃을 계집애로 인식하고 풀섶에 오도카니 서 있다고 표현한다. ‘오도카니라니알아주지 않는어쩌면 외면당한 계집애일지도 모른다첫 연부터 꽃마리에 대한 시인의 인식 수준이 드러난다그런데 아무리 작은 꽃이라도 들여다보면 얼굴 가득 연하늘빛 웃음을 머금고 있단다맞다연하늘빛나는 디카시를 쓰며 그냥 하늘빛이라 했는데왜 이런 색 이름을 말하지 못했을까양 시인의 색감이 돋보인다푸르다거나 녹색이란 단어로는 살릴 수 없는 꽃마리의 색깔, ‘연하늘빛에 이미 그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그 아름다움에 취한 시인은 꽃마리가 풀섶 그 자리 서기까지 종종 걸음으로 얼마나 먼 길을 걸어왔을까라 자문한다인간의 발길을 피할 수 없었기에 싹을 틔워 잎이 나고 꽃대가 올라와 꽃을 피우기까지를 시인은 종종걸음으로 걸어온 것으로 인식한다먼 길그것도 위험을 피해 바삐 종종걸음을 걸었을 꽃마리의 처지가 안타깝다시인은 여기서 얼마나를 반복하여 한 걸음 더 들어간다. ‘하늘빛 미소 짓기까지 얼마나 오래 구겨진 시간을 문질렀을까라며 강하게 자문한다먼 길을 걷고 구겨진 시간을 문지르는 행위는 바로 꽃마리가 꽃을 피우기까지 위험을 감수한 시간들이다.

 

잡초란 미명 아래 뽑혀나가지 않고 풀섶에 핀 꽃마리꽃을 피우기까지 숱한 어려움을 견뎌내고 드디어 꽃을 피운 꽃마리는 시인의 눈에 자신도 한 송이 꽃이라’ 외치는 것 같다그리고 시인이 내린 결론 – 온몸으로 떠받치고 있는 세상이 하늘 향해 열려 있단다꽃마리 자신이 아니라 꽃마리가 떠받치고 있는 세상이 하늘을 향해 열려 있다는 말, 즉 잡초 취급을 받는 꽃마리가 나는 잡초가 아니라 꽃이라고 외치는 게 아니다바로 꽃마리로 상징되는 지극히 작은 풀꽃들이 떠받치고 있는 세상, 풀밭 혹은 꽃밭이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것이다그러니 시인의 시선은 꽃마리에서 풀밭, 꽃밭으로 넓혀진다당연한 것은 꽃마리도 그 풀밭, 꽃밭의 일원이라는 사실이다.

 

숱한 난관을 이겨내고 연하늘빛’ 꽃을 피운 꽃마리그리고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꽃마리가 떠받치고 있는 세상이렇게 읽으니 꽃마리보다 양 시인의 시선이 더 아름답다는 느낌이다자세히 들여다 보면 작디 작은 연하늘빛 꽃마리는 참 아름답다나태주 시인의 말을 빌자면 꽃마리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다시 한 번 나 시인의 말을 빌면 꽃마리를 아름답게 바라보는 양향숙 시인, ‘너도 그렇다

 

사족 하나 – 농부나 정원사에게는 잡초일지 몰라도 내 눈에 '꽃마리'는 앙증맞고 참 아름다운 꽃이다.

 


△ 2021년 6월 5일 부천 문화대장간에서 행한 필자의 <디카시그 이론과 실제강의가 끝나고

사진 왼쪽부터 강혜숙양향숙필자 그리고 장시백 시인이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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