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 김정민
뱃머리 닳을수록 소금꽃도 굽어가고
까치놀 잦아들면 붉은 취기 나누시던
해미도 비켜 앉는 곳 아버지가 서 있다
(김정민 시인, 서울디카시인협회 회원)
[시인의 시선] 청소년 시절에 등대지기라는 노래를 참 많이 듣고 부르며 자랐다. 잔잔한 멜로디와 가사가 좋아서였을 것이다. 소풍을 가서도 수학여행을 가서도 많은 아이들이 불렀으니 그 시절 우리들의 마음속엔 등대가 있었고 막연하게 낭만과 동경의 대상으로 등대지기가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순수했고, 세상을 몰랐던 시절이었으니 등대라는 이미지가 홀로 고독해도 누군가를 위해 말없이 서서 빛을 밝힌다는 것 때문에 그랬던 게 아닐까. 미약한 힘이나마 세상에 어떤 역할이라도 하고 싶었고, 나 하나 희생해서 빛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시절이었으니까.
김정민 시인의 ‘등대’를 보면 아버지가 등대가 되어 서 있다. 시인에게 아버지의 존재와 그리움이 어느 만큼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가장의 무게를 오롯이 견디며 외롭게 홀로 서 있는 아버지, 어려운 시절을 노동으로 헤쳐오신 우리네 아버지들의 강건한 모습이기도 하다. 오늘은 자꾸만 등대지기 노랫말이 입속에서 맴돈다
얼어붙은 달 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한 겨울의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양향숙 시인, 서정문학 등단, 서울디카시인협회 운영위원장) <저작권자 ⓒ 시인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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