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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사진문학 신춘문예 우수상 당선작 3

사진수필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3/05/01 [16:42]

제1회 사진문학 신춘문예 우수상 당선작 3

사진수필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3/05/01 [16:42]

제1회 사진문학 신춘문예 우수상 당선작 3

 

 

아름다운 동행

 

                                                                       백창희

 

 



  아버지의 오랜 취미는 사진을 찍어 추억으로 남기는 것이다. 그 덕분에 나와 남동생은 돌 때 찍은 흑백사진부터 성장기 모습이 담긴 소중한 앨범을 한 권씩 간직하고 있다. 1980년대 넉넉하지 않은 생활에도 아버지는 “어릴 적 추억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거다.”라며 때마다 사진을 찍어 앨범으로 남겨주셨다.

  그런데 최근에서야 아버지의 취미가 사진 찍기가 된 이유를 어머니를 통해 알 게 되었다. 아버지는 여행을 다닐 때 가방에 조그만 수첩을 들고 계셨다. 어려운 시대를 겪으면서 돌아가신 부모님께 여행도 제대로 못 보내드린 것이 마음에 걸려 시니어가 된 지금도 유일하게 남아있는 흑백 사진 속 부모님과 동행하고 계신 것이었다.

  이제 우리 부모님도 수첩 속 할아버지, 할머니보다 더 나이가 들어 크고 작은 질병으로 건강을 돌봐드려야 하는 연세가 되었다. 아버지는 5년 전부터 갑작스럽게 심장 조영 시술을 받아야 했고, 의료 사고로 위 천공이 생겨 위 절제 수술로 3년을 고생하셨다. 코로나시기에는 혈전이 대장을 막아 새벽에 응급으로 큰 수술을 해야만 했다. 엄마 역시 몸의 노화 현상으로 목 디스크와 척추에 협착이 생기고, 최근에는 잇몸 수술과 위 시술을 받게 되어 두 분을 세심히 돌봐드려야 할 현실이 되었다.

 

  최근에는 지인들의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부고 소식을 종종 문자로 받을 때가 있다. 부모님께 잘 해 드린 것보다 못하는 일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황망하게 돌아가시는 마지막 순간에 뜨거운 눈물로 귓전에 꼭 해드리고 싶었던 말을 남겼다는 소회를 들을 때마다 나의 일처럼 슬펐다.

  생각해 보니 부모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자식에게 깨달음을 주는 존재라는 것을 알았다. 임종하는 그 순간조차도 몸으로 먼저 보여주고, 자식이 남은 인생과 마지막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몸소 보여주는 위대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욕정이풍부지 樹欲靜而風不止 

          자욕양이친부대 子欲養而親不待   

                                - 한시외전(韓氏外傳)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은 효를 다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네.

 

 

  이제 부모님의 남은 생애 동안 내가 받아온 사랑의 작은 부분이라도 돌려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부모님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본다. 어릴 적 부모님이 손잡고 노닐어 주시던 그 길로 함께 동행 하며 아름다운 모습을 소중히 남겨드리고 싶다. 그리고 오늘이 우리 생애 가장 젊은 날인 것을 마음 깊이 새기면서 하루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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