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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문학(寫眞文學)과 샤신하이쿠(写真俳句)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3/04/23 [18:46]

사진 문학(寫眞文學)과 샤신하이쿠(写真俳句)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3/04/23 [18:46]

사진 문학(寫眞文學)과 샤신하이쿠(写真俳句)

 

 

 

장만하 교수

 

 

 

 

 

 

우리는 이미 한국사진문학협회의 회원으로서 ‘사진문학’이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다. 또한 협회 회원 손진원선생의 NHK World Radio 출연으로 일본의 하이쿠(俳句)라는 문학 장르에 대해서도 희미하게나마 접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참에 우리와 가까운 형편의 일본의 사진문학에 대해서 한번 살펴보면 어떨까 하여 글을 쓰게 되었다.

엉성한 調査와 짧은 식견으로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일본에서는 '사진문학(写真文学,샤신분가쿠)'이라는 용어는 아직 쓰이고 있지 않는 듯 하고, 다만 '샤신하이쿠(写真俳句)'라는 용어가 대중화의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의 짧은 사진시(디카시포함)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어 여기에 그 샤신하이쿠에 대해서 소개하여 우리의 문학적 이해를 넓혀보기로 하자.

일본이 세계적으로 가장 짧은 정형시라고 자랑하는 문학 장르로 하이쿠(俳句)라는 전통적인 짧은 시가 있다. 계절을 나타내는 단어(季語)를 포함하는 5.7.5의 운율로, 17世紀에 마쓰오바쇼(松尾芭蕉)라는 큰 작가가 나오면서 하나의 시 장르로 확립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하이쿠는, 원래 5.7.5.7.7 운율의 오래 된 전통시 와카(和歌)의 앞부분(發句)5.7.5만을 가져와서 만든 아주 짧은 시다. 하이쿠, 와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여기에서는 생략하고, 그 하이쿠에 사진을 더해서 만들어지는 우리의 관심사인 ‘샤신하이쿠’에 대해서만 알아보기로 한다.

샤신하이쿠라는 용어는 2006년 3월 1일자 아사히신문(朝日新聞)에 모리무라세이이치(森村誠一)씨가 자신의 저서(『森村誠一の写真俳句の愉しみ 』 スパイス 2006.4 발행 『모리무라세이이치의 샤신하이쿠의 즐거움』)를 소개하는 글에서부터 일반인에게 소개되었다고 볼 수 있다(일본 위키피디아 참조). 한국의 '디카시'가 2004년 이상옥교수의 「고성가도」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니 (이상옥 저「디카시창작입문」참조) 엇비슷한 시기에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휴대폰에 디지털카메라가 장착된 시기와 관계없다고 할 수 없을 것으로, 사진과 글의 콜라보 장르는 시대적 숙명처럼 많은 이에게 다가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모리무라씨는 소설가로서 역사소설을 비롯한 수많은 작품을 써오고 있는데 사진과 하이쿠의 접목에 관심을 가지고 본인 스스로 창작활동을 하면서 샤신하이쿠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중이라 한다. 그러면 현재 일본에서의 샤신하이쿠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의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샤신하이쿠연락협의회’의 홈페이지와 인터넷상의 검색 등을 참고로 해서 소개해 보기로 하자.

‘샤신하이쿠연락협의회’의 홈페이지(https://shashin-haiku.org/)에서 정의되어진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다.

 

 



1. 샤신하이쿠의 정의

샤신하이쿠는 사진과 하이쿠, 센류(川柳)* 등 5.7.5의 17음으로 이루어지는 일본어로 된 정형시를 조합한 새로운 표현세계입니다. 근래에 그 손쉬운 점에서 사진과 하이쿠의 콜라보레이션을, 샤하이(写俳), 하이샤(俳写), 포토하이쿠, 포토5.7.5 등으로 불리우면서 전국적으로 많은 애호가가 있습니다.

본래 사진에는 많은 정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 하이쿠에도 17문자 안에 장대한 우주관이나 인생관을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샤신하이쿠는 그 두 가지를 조합함으로써 하이쿠의 이미지를 넓히고, 사진은 하이쿠가 붙음으로써 살아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이쿠로는 전해지지 않는, 사진만으로는 전해오지 않는, 그런 이미지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샤신하이쿠입니다.

룰이 없는 것이 샤신하이쿠의 룰이라면 룰과 같은 것. 샤신하이쿠는 생활의 축도(縮図)니까 ‘기고’(季語:계절을 나타내는 단어)가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사진으로 하여금 계절을 나타내게 하여도 좋습니다. 시의 소재를 카메라로 촬영하고, 나중에 하이쿠를 지어도 좋고, 하이쿠가 먼저 만들어져 있고 그에 맞는 사진을 찾아도 좋습니다.

* 센류(川柳) (필자 주)

그 발생은 하이쿠(俳句)와 다르지만 5.7.5라는 정형률을 기반으로, 반드시 ‘기고(季語)’ 를 포함해야하는 전통적 형식을 중요시하는 하이쿠와 달리, 5.7.5만 지킨다면 자유롭게 현대 구어체문장까지 포괄하여 표현할 수 있다. 우리가 쓰는 짧은 사진시, 디카시는 이 센류(川柳)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샤신하이쿠의 경우도 하술하는 바와 같이 자유로운 형식으로 보면 센류에 가깝지만 대표적인 명칭으로서는 ‘샤신하이쿠(写真俳句)’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2. 샤신하이쿠 짓는 법

 

 



샤신하이쿠는 사진과 하이쿠를 조합한 새로운 표현세계입니다. 예로부터 일본인의 감성은 대단히 유연한 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일본의 앙꼬(팔소)에 서양의 빵을 합친 팥빵, 커피에 우유를 더한 커피우유 등 이질적인 것을 합쳐서 독자적인 것을 만들어내곤 했습니다.

사진에 5.7.5의 글을 붙여서 하나의 표현으로 새로운 분야가 된 것이 샤신하이쿠입니다. 사진을 보면서 촬영 의도나 표현 방법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 샤신하이쿠의 기본

샤신하이쿠의 기본으로 아래의 세가지 점에 주의해서 만들어 봅시다.

자기 작품인 사진을 사용한다

자기 작품인 하이쿠・센류(川柳)를 사용한다

사진과 5.7.5를 일체화시켜서 표현한다

본격적인 사진이나 하이쿠의 기량은 필요없습니다. 촬영한 사진에 제목을 붙이듯이 하이쿠(센류)를 더해서 하나의 작품이 되도록 해 봅시다.

☆ 사진이 먼저인가? 하이쿠가 먼저인가?

- 先写後句

먼저 사진이 있고 그 사진에 하이쿠를 붙이는 방법입니다. 풍경이나 상황 등의 사진을 찍을 때는 그 촬영에 집중합니다. 나중에 사진을 확인하고 그때의 상황, 감정을 떠올리면서 하이쿠를 만듭니다. 촬영시에 떠올린 것을 메모해두면 떠올리기 쉬울 것입니다.

- 先句後写

하이쿠를 먼저 짓고 나중에 하이쿠에 맞는 사진을 찍는 방법입니다. 하이쿠에 맞는 피사체를 찾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입니다만, 이미지에 맞는 사진이 찍어질 때까지 시간이 걸리기 십상이므로 초심자에게는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 좋은 샤신하이쿠로 만들기

사진과 하이쿠의 조합 방식에 명확한 규칙은 없습니다. 오로지 사진과 하이쿠가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조합을 생각해 봅시다

- 부즉불리(不即不離)

불교용어에 '不即不離'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두 가지의 관계가 들어붙지도 않고 떨어지지도 않은 상태로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각각의 독자성을 살리면서 공존하고 있는 상태로, 샤신하이쿠의 이상형이 되겠습니다.

- 설명적이 되지 않도록

좋은 샤신하이쿠 작품을 만드는 요령은, 사진을 촬영할 때의 감동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입니다. 설명적이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도 표현의 폭이 넓어집니다. 처음에는 하이쿠의 룰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느낌으로 사진에 덧붙이는 하이쿠를 생각해 봅시다.

[작품 예시]




「엄마와 딸의 한 순간을 싣고 물이 빛난다」




「홍매 늘어진 가지에 꿀벌이 왔다」

좌측은, 아마도 시작노트(필자 주):

「이웃집 마당의 수양홍매화가 피었다

추운데도 벌써 꿀벌이 날아왔다」

 

이상과 같이 샤신하이쿠의 정의와 짓는 태도에 관하여 그들의 홈페이지에 있는 대로 소개를 했다. '사진문학'이라는 용어는 일본에서는 공식적으로 거론된 바가 없는 것 같고, 이 샤신하이쿠가 유일한 장르로 사진문학의 선구로 보이며 우리네 디카시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정형의 틀에서 샤신하이쿠보다 디카시 쪽이 보다 유연해 보이기는 하지만, 이 또한 ‘5행 이내’라는 애매하지만 어느 정도 정형의 틀을 유지하려고 하는 점에서 본다면 많이 닮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한국사진문학협회의 태도는 ‘사진문학’의 대상으로 삼는 범위부터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사진문학 대상의 하나인 ‘디카시’의 경우에는 그 본령에 충실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를 넘어서는 ‘사진시, 사진동시, 사진시조, 사진수필’ 등 모든 문학 장르와 사진과의 관계를 맺으려 한다는 점에서, ‘사진문학’은 한 차원 상위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사진문학’이라는 커다란 명제를 세워놓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한국사진문학협회'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짧은 사진시 뿐만 아니라 사진과 연계된 모든 문학 작품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시도해 나간다는 개척자의 정신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에 적응해 나가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더욱 더 이 한국사진문학협회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모임이라는 성격에 대해서 본다면, 비단 문학 모임뿐만 아니라 모든 모임이 그렇듯, 누군가의 헌신적인 활동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본에서 샤신하이쿠를 주도하고 있는 모리무라씨도 소설가로서 샤신하이쿠를 제창하고 이끌어가는 점이 장시백대표의 경우와 유사하여 매우 흥미롭다. 아무튼 이러한 모임은 헌신적인 대표자의 활동에 따라 앞으로의 발전도 기대되겠지만, 무엇보다도 모든 회원들의 열의와 사명감으로 뒷받침되어 그 길이 펼쳐져 나가야 할 것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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