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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숫자의 비밀 / 방성식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1/05/28 [15:29]

사라지지 않는 숫자의 비밀 / 방성식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1/05/28 [15:29]

 사라지지 않는 숫자의 비밀 / 방성식 

 

어느 순간부터 단톡 방에서 숫자 1이 사라지지 않았다.

 

모두가 의아해했다. 누가 카톡방에서 잠수를 타는 거냐며 농담 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 이 방에 있는 건 서른 명. 신입사원 연수에서 동기로 만난 우린 어느새 오 년째 하나의 그룹에 묶여 지내고 있었다. 도중에 이직이나 퇴직으로 방을 나간 인원도 있었지만, 누군가가 아무 말도 없이 대화를 단절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모든 대화에 1이 남아 사라지지 않는다는 건, 참, 뭐랄까,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거슬렸다. 단톡방이라는 게 본래 아무 말 대잔치가 되기 마련인 공간이긴 하나, 그런 대화에도 소강이 있고 마무리가 있기 마련이다. 스마트폰 스크린 너머 누군가가 이 방을 열어보지도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의식이 공유되지 않는 지점이 있다는 걸 암시했다.

 
본격적인 색출 작업이 시작된 건 결혼식 모임에서였다. 별다를 것 없는 식이 끝나고, 동기들끼리 뷔페를 떠먹는 자리에서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혹시 누구인지 짐작 가냐고. 계열사 매각으로 타 회사에 팔려간 친구, 결혼 준비 끝물에 파혼하고 우울증에 걸린 친구, 얼마 전 사고를 치고 한직으로 쫓겨난 친구 등등, 우리만의 카톡방에 남아있기 애매해진 사람들의 이름이 하나씩 거론됐다.

 
우리끼리 떠들어봤자 답이 나올 리 없었다. 결국 누군가가 스마트폰을 꺼내 최근까지 단톡 방에서 말을 하지 않은 사람들을 골라냈다. 많으면 하루에 천 개 이상 대화가 쌓이는 방이었기에 금방 추려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세 달 전까지 과거로 돌아가 체크한 끝에 남은 인원은 열다섯 명이었다. “애네들이 정말 그동안 한 마디도 하지 않았었나?” 모두가 놀라워했다. 떠드는 사람만 떠든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으나, 이 정도일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파문이 인 것도 잠시, 별 소득 없는 결과에 대화의 주제는 금세 다른 곳으로 흘러가버렸다. 헬스나 건강이나 주식이나 또 다른 결혼 계획 같은 것들. 다들 오후 약속이 있어 오래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다. 누군가의 제안으로 단체 셀카를 찍어 대화창에 올리고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졌다. 다음번엔 누구누구의 결혼식에서 만나겠다는 애매한 기약만을 남긴 채로.

 
그날 이후에도 1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로 있었다. 어느새 익숙한 풍경이 되어 그리 신경 쓰이지도 않게 되었다. 지가 얘기하기 싫다면 말라지 뭐. 사내 소식이나 뒷소문 같은 걸 모르면 손해 보는 건 그쪽이다. 서른 명 중 하나가 사라져도 나머지에겐 별 일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신입 연수원에서 보낸 삼 주 간의 시간이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기억의 전부이지 않은가? 알아서 단톡방을 나가줬다면 모두의 마음이 편했을 텐데.

 

 
-동혁이... 죽었대.

 

 
다음 주 수요일 오후였다. 그의 죽음을 확인한 친구는 그 열다섯 명에게 모두 갠톡을 보냈었다고 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동혁에게만 답이 오지 않아 인사 부서에 확인을 해봤다는 거였다. 동혁은 네 달 전 다리에서 몸을 던졌단다. 유족의 그의 자살 소식을 알리고 싶지 않아 회사에서도 공지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단톡 방이 술렁였지만, 말을 잇기 조심스럽다는 이유로 모두가 침묵해버렸다. 

 
주말이 지나자 누군가가 말을 꺼냈다.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1을 계속 남겨두는 것도 모두에게 불편하니 새로 방을 파는 게 어떻겠냐고. 동혁을 뺀 인원을 모두 새 방에 초대하겠다고 말이다. 몇몇이 알겠다고 했을 뿐, 좋다는 사람도, 싫다는 사람도 없었다. 하나 둘 기존의 단톡 방에서 나가기 시작했다.

 

마지막엔 동혁의 카카오톡 계정만 유령처럼 남았다. 활짝 웃고 있는 프로필 사진이 홀로 남아 이 방의 기록을 붙잡아두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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