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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연氷蓮 / 최재우 (감상: 정홍근)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3/01/11 [14:58]

빙연氷蓮 / 최재우 (감상: 정홍근)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3/01/11 [14:58]

 

빙연氷蓮 / 최재우

 

뼈를 쪼개고, 정수리를 뚫고

나오는 한 숨

혹한을 지나고 꽃이 피면

모진 마음도 녹아지려나

 

 

 

 

최재우 시인

계간 <시와 편견> 시부문 등단

시사모 회원

시편 작가회 회원

한국디카시학 편집위원

한국 디카시인 모임 회원

디카시 마니아 정회원

한국사진문학협회 정회원

 

 

 

 

[감상]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지만, 얼어붙은 물속도 알 수 없기는 매한가지다. 봄이 오고 얼음이 녹아내려 그 속을 보여줘야 비로소 겨우내 보듬고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최재우 시인의 작품들은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인상적인 이미지에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촌철살인의 묘미를 잘 살리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빙연이라는 작품 역시 그렇다. 아마도 아이들이 장난삼아 얼음판 위에 던진 돌이 얼음을 깨고 들어가면서 주변에 있던 살얼음판이 깨졌다가 밤사이 다시 얼어붙으면서 독특한 장면을 만든 듯하다. 우선 그 장면을 찾아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시선에 감사를 표한다.

 

뼈를 쪼개고, 정수리를 뚫고 / 나오는 한 숨이라는 언술을 통해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은 마음끼리 서로 소통하기는 참 힘들다는 점을 강조한다. 서로 잘 알고 마음이 통하는 사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도 한 번 삐끗하게 되면 순식간에 찬바람 이는 관계가 되기도 한다.

 

혹한을 지나고 꽃이 피면 / 모진 마음도 녹아지려나에서 잘 나타나듯이 급속 냉각된 마음을 열고 다시 소통하려면 봄이 와야 한다. 계절로서의 봄은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찾아오지만, 사람 마음의 봄은 기다린다고 절로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봄을 찾아 길을 나서는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손 내밀고 찾아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말이 쉽지, 나 자신도 가장 잘 못 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세상이 여기저기 시끄럽고 혼란스럽다. 기후도 정치도 경제도 다 아슬아슬한 살얼음판이다. 이런 때일수록 마음을 닫아걸지 말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는 지혜를 구한다.

 

- 정홍근 시인(한국사진문학협회 부회장, 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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