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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분 시인의 디카시집 『사계(四季), 디카시에 스미다』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2/12/09 [19:16]

강현분 시인의 디카시집 『사계(四季), 디카시에 스미다』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2/12/09 [19:16]

강현분 시인의 디카시집 『사계(四季), 디카시에 스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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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오행 이내의 짧은 글을 쓰는 동안 

나 스스로에게 

가장 큰 위로와 격려를 받았습니다.

 

주변의 사물을 바라보는 동안 

나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생명의 기운을 느끼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시인만이 자연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존재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동역자가 되고 싶습니다.

 

                                                   2022년 11월

                                                            강현분

 

 

■ 서평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얼마나 촘촘하게 사유하고 기록했는지, 강현분 시인의 작품들을 보며 진한 감동을 받았다. 작품 전편에 흐르는 사랑과 잔잔한 감동이 전해져 흐뭇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디카시를 접한 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많은 작품이 만들어졌고 감동을 주는 작품들을 썼다는 건 평소 시인의 가슴이 따뜻하고 성실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작년 5월, 시인은‘미생의 다리 사계’라는 제목으로 한국사진문학협회 카페에 그림 같은 사진 몇 장을 소개했다. 어찌나 아름답던지 아카시아꽃이 한창일 때 무작정 그곳을 찾아 나섰다. 만나는 사람마다 미생의 다리를 물어도 모두 모른다 하여 반은 체념하고 아카시아꽃을 따 먹으며 걷다가 카메라를 맨 여성과 마주쳤다. 혹시 미생의 다리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한국사진문학협회의 누구 아니냐고 물어오는 게 아닌가. 그렇게 강현분 시인과 우연히 그곳에서 만났다. 우리의 만남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은 아니었을까.

 

 

 <어머니>라는 작품을 보자. (19쪽 사진) '한 걸음 한 걸음 / 질퍽이며 내딛는 발걸음 / 등에 자식 둘러업듯 / 세월 허리춤에 매달고 / 반생을 비린내 캐며 살았다' 우리 어머니들이 살아온 세월이 한눈에 보이도록 이미지와 언술로 응축시켜 놓았다. <아버지>와 <언니의 등>, <모정> 등 여러 작품 속에서 진한 가족사랑과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성장과정을 느낄 수 있었다.

 

 

<중년>을 감상해 보자. (101쪽) '웃음이 사라질 나이 / 웃음이 그리운 나이 / 한때는 눈이 시리도록 웃을 줄도 알았다' 철길을 위태롭게, 그러나 균형 잡아가며 걸어가는 중년 남성의 뒷모습을 통해 이 시대 중년 남성의 현주소를 잘 표현했다. 나이 든 가장의 무게와 위태로움을 이보다 더 적절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시인의 성실함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게 아닐까 싶다. <아버지>(41쪽) '땀 흘리지 않으면 /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며 / 땀을 부끄러워 말라고 말씀하셨지' 허리가 부실함에도 집안 대소사를 다 해내는 시인을 본다. 다시 병원 신세를 질망정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보는 이를 안타깝게 조차 하는데 여리고 연약한 몸속에 내재된 에너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 같다.

 

 

<연밭에서>(51쪽)를 보자. '비가 연밭에 뛰어 들었죠 / 바람은 비를 연잎에 옮겨 담았고요 / 연잎은 움켜쥔 세월을 미련 없이 흘려보냈죠 / 늙은 여자는 세월을 가슴에 쓸어 담고요 / 비 멈추면 떠날 당신은 우두커니 서 있죠' 자연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반추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사물을 직시하며 자연과의 조응과 주어진 삶에 순응하는 시인의 인생철학을 보는 것 같다.

 

 

 시인은 신앙인으로서의 길도 성실히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겠다. <기도>를 보자. (57쪽) '당신 그거 알아? / 젖은 당신의 손안에 / 나의 작은 씨앗 하나 싹트고 있는 거' 요란하지 않게 자신의 믿음을 드러내고 있으며 기다림의 미덕도 장착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씨앗에서 싹이 터 큰 나무가 되고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리라는 믿음으로.

 

 <사과>와 <길에서>, <곶감> 등을 통해 삶의 연륜과 관조, 그리고 자기 성찰이 느껴졌으며 영혼이 맑고 투명한 시인의 모습이 보였다. 이밖에도 훌륭한 작품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마지막으로 <오월>을 감상해 보자.(68쪽) '당신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아름답게 기억되는 건 / 당신이 봄비 같은 사람이었기 때문이야' 나이를 먹어도 마음은 십대나 이십대에 머물러 있는 소녀 같은 감성이 잘 드러난 이 작품은 이미지에 특히 매료되었다. 

 

사진작가이기도 한 시인의 작품들 대부분이 이미지가 너무 좋아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게 한다. 디카시에 최적화 되었다고나 할까!

 

  첫 디카시집 『사계(四季), 디카시에 스미다』의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이 전달되고 사랑 받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양향숙 시인 (한국사진문학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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