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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 정미순 (감상: 손설강)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2/11/23 [19:27]

산책 / 정미순 (감상: 손설강)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2/11/23 [19:27]

 

산책 정미순

 

디딜 때마다

걸음에서 소리가 나요

 

푸르고 고운 날이 밟힐까 봐

미안해요

 

 

 

♣ 정미순 

<문예사조> 시 등단

중랑문학상 본상(2007)

중랑문인협회 회원

한국사진문학협회 정회원

7회 시인투데이 작품상

15회 시인투데이 작품상

17회 시인투데이 작품상

4회 한국사진 문학상

공동 디카시집사방팔방(한국IT,2022)

 



[감상]

 

디딜 때마다 / 걸음에서 소리가 나요

푸르고 고운 날이 밟힐까 봐 / 미안해요

                                            - 정미순 산책전문

 

 

 

저에게 책은 밥이고 / 산책은 물입니다/ 책잡히지 않으려고

책을 보다/ 책을 쓰게 되었으니..

                                           - 손설강 시집 옴파로스서문

 

 

필자의 언어가 관념적이고 지시적이라면 정미순 시인의 언어는 받들고 존중하는 고운 심성이 드러나 있습니다. 정 시인은 낙엽 속에 묻힌 저 푸른 잎들이 밟힐까 봐 조심스럽게 그 작은 발을 옮겼을 것입니다그리고 첫 행의 첫 글자를 보면 절차탁마의 흔적이 보입니다. 무심코 썼다면 분명히 발 디딜 때마다 을 넣었을 것입니다. 함부로 활자를 부리지 않듯 말도 함부로 하지 않는 수양을 갖춘 시인입니다.

 

정 시인은 모임에 있어도 있는지 없는지 자기 존재를 부각하지 않고 상대방이 드러나게 도와주며 들어주기만 합니다. 가끔 추임새를 하듯 ~, ~. ” 작은 꽃바구니처럼 웃으며 앉아있습니다. 섭섭한 일도 있을 터인데 절대 내색하지 않습니다.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지요.가 정 시인의 단골 멘트입니다헤어지고 나면 나도 정 시인처럼 말을 아껴야지 하지만, 다혈질적인 저에겐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때론 좋은 일을 하고도 생색을 내지 않아, 제가 우연히 알게 되면 미안해지게 만드는 재주도 있습니다. 정시인의 시어는 교훈적이지 않고 내세우지도 않으며 온순하게 자신을 타이르고 있습니다.

 

필자의 시어가 돌멩이나 자갈이라면 정 시인의 시어는 모나지 않은 작은 조약돌입니다. 물고기는 물을 의식하지 못하고 새는 공기를 의식하지 못하고 산답니다제 곁에는 소중한 사람들이 많은데 그 가치를 의식하지 못한 채 살고 있었습니다. 시보다 더 시처럼 사는 정미순 시인을 닮고 싶습니다.

 

정 시인을 생각하며 쓴, 졸시 참 좋은 그대를 부록으로 부쳐봅니다. (손설강 시인)

 

 

참 좋은 그대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인연은

 

명함이 거창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_손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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