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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의 바짓단 / 신은미 (감상: 최규근)

최규근 시인의 사진문학 익는 마당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2/11/09 [18:00]

아버님의 바짓단 / 신은미 (감상: 최규근)

최규근 시인의 사진문학 익는 마당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2/11/09 [18:00]

 

 

♣신은미

2006년 문학저널』 수필 등단

글빛나래’ 수필 동인

동인지 꽃의 비밀』 외 다수

한국사진문학협회〉 정회원

-<서울 중랑디카시 창작반> 2기 

 

 
 
 
 

[감상]

노신사가 외출하려 옛날 바지를 입으려니 바짓단이 길다.

부인에게 여보, 바짓단 한 치만 줄여주시오” “, 마당의 풀 뽑던 것 마저 하고요

며느리에게 새애기야, 바짓단 일 인치만 줄여다오” “, 아버님 아기 재우고요

딸에게 애야, 바짓단 3센티만 줄여다오” “, 아빠 이 숙제 하고요

할 수 없이 노신사는 다른 바지를 입고 외출 후에 돌아오니, 바지는 반바지가 되었더란다.

아버지는 각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소통을 시도하였으나, 손에 든 것이 우선인 사람들에게서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손가락 한 마디를 기준으로 해서 서양에서는 인치라는 길이의 단위를 동양에서는 한 치, 두 치라는 단위를, 만국 공동단위로는 2.5~3센티로 단위를 만들어 사용한다.

각자가 사용하는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여도 뜻을 이루기 어려운 것이 의사소통이다.

 

신은미 시인님의 작품에서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여 막힘이 없고, 옛날 체크무늬 바지에서 시아버지의 연륜이 읽어지고, 바지와 같은 색상의 실타래와 준비된 바늘로 완벽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시가 편안하다

나이가 들면 연골이 약해져서 뼈마디 사이가 줄어들어 키가 줄어들고, 뼈를 바치는 근력도 약해져서 키가 줄어든다. 따라서 옛날 바지를 입으려면 바짓단을 줄여야 한다. 회갑을 넘은 며느리는 바짓단을 줄이면서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아니 더 늙으신 시아버님의 세월을 한 땀 한 땀 읽어가고 있다.

너무 늦게 돌아와서 섬기고자 하여도 세월은 기다려 주지 않아서 섬기지 못하는 것이 인생사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다행히도 늦기 전에 소통이 잘되고 있어서 잔잔한 평화가 흐른다.

철이 없는 시절 몰랐던 것들이 나이가 들어가니 보이게 되고,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돌아보는 시야가 넓어지니, 나이가 드는 것이 결코 서러운 것은 아닌 것 같다. 젊어서 같으면 버럭 반응을 보일 일도, ‘그래 조금 후에 보자하는 여유(?)로 기다리면 내 생각이 옳았다는 결론으로 돌아올 때, 기다림의 미학을 즐기게 된다고 할까.

 

군더더기를 제거한 사진은 정 중앙에서 말하고 싶은 접은 바짓단과 실타래 바늘로 바느질을 잘 나타내고, 언술은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면서 키가 줄어드신 연로하신 시아버님에 대한 연민과 존경을, 젊은 날 알지 못했던 속절없던 일들을 돌아봄으로 풀어내고 있다. 아마도 이 작품을 보는 사람은 모두가 부모님 생각에 생각이 깊어질 것입니다.

순간 포착과 언술의 조합, 디카시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작품이다.

신은미 시인님 좋은 작품 즐겁게 감상하였습니다. (최규근 시인, 한국사진문학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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