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이종근
1.
시월의 끄트머리에 가을과 살찐 말들이 연합하여 칸의 친위 기병대처럼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절 방을 빌려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을 준비하다가 내 신세가 꾀죄죄하고 궁상스럽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날이면 바우처¹를 받아 쥐고 단풍놀이하러 갔을 법 한데 비스마르크의 당근과 채찍² 속에 꼼짝없이 갇혀 체념하듯 자조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나, 나의 사회행동은 복화술이다.
맙소사(寺) 주지가 불만이 산의 덩치만큼 가득한 나를 두고 두꺼비의 주둥이를 닮았다며 불경처럼 ‘맙소사’를 세 번 외치고는 호탕하게 웃으며 비아냥거리듯 사라진다.
2.
맙소사(寺)에 해가 지면 산바람이 차갑기만 하다. 대웅전에서 저녁 예불과 요사채에서 공양을 마친 서른아홉 해 법랍의 박우철 스님은 그 누구도 묻지 않았는데 스물다섯 청춘의 나이에 입산하여 <잊혀진 계절>의 가수 이용과 동갑임을 내외에 위풍당당하게 과시한다.
보기에는 날렵한 몸매와 우람한 근육의 보더 빌더 같지만 정작 무거운 승의를 벗어던지고 비쩍 마른 몸을 드러내곤 엉거주춤한 기마자세를 했는데 목도리를 두른 머리가 몽골의 변발을 한 것으로 보여 금세 ‘맙소사’라며 폭소가 터졌다.
난데없이 비스마르크가 비쩍 말라 보였기에 ‘맙소사’요. 우연찮게 바우처 발음과 흡사한 맙소사(寺) 주지의 속명, 박우철이 ‘맙소사’요. 몽골 마병의 변발을 닮아 산사의 적막을 슬랩스틱³으로 초토화한 그가 ‘맙소사’라오.
---------- ¹ voucher 정부가 특정 수혜자에게 교육, 주택, 의료 따위의 복지서비스 구매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용을 보조해 주기 위해 지불을 보증하여 내놓은 전표. ² 지배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 상대방에 대해, 압박과 회유를 병용한다는 뜻으로 19세기 독일의 비스마르크가 사회주의자들을 상대로 취한 정책. ³ slapstick 과장된 동작이나 소리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방식.
♣이종근 시인
계간《미네르바》등단.《서귀포문학작품공모전》,《박종철문학상》,《부마민주항쟁문학창작공모전》,《국립임실호국원나라사랑시공모전》,《제주문학관개관기념문예작품공모》,《월하김달진전국백일장》,《무등산문학백일장》,《노산시조백일장》,《진주시조백일장》등에서 수상. 그리고 웹진《공정한시인의사회》2022년6월호(Vol.81)〈공시사의시선〉에 선정. 아울러 2022년 <천안문화재단문화예술창작지원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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