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점 -코로나19 팬데믹 3
이종근
수시로 들리던 밥집과 책방이 점점 사라진다
요 며칠 사이 일으킨 전봉준의 봉기가 무너지듯 밥을 대 먹던 집과 책을 꺼내 읽던 방이 한꺼번에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늦가을 잎사귀를 떨구는 아침과 눈 오는 밤사이 코로나19와 질병관리청 사이 격리된 확진자와 시립의료원 사이
빵집의 간판이 하나둘씩 내려지고 시집을 읽던 독자가 로맨틱한 서정을 잃는다
혹독한 시험 속에서 애매모호한 답을 구한다 그리고 오엠아르 카드에 컴퓨터용 사인펜이 질곡의 원 위에서 한바탕 현기증을 일으킨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냉전 때에도 미국의 인구가 이만큼 분열로 아프지 않았고 소련의 영토가 영구히 동토로 얼지는 않았다
나의 오지랖이 한 치 저항의 말도 못 건네고 칸칸이 나눠진 격리의 방 속을 맴돌고 있다
- 이종근 시인
계간 《미네르바》등단. 『서울시(詩)-모두의시집(한국시인협회)』,『문예바다,공모시당선작품(제1집)』등에 참여. 《부마항쟁문학상》《박종철문학상》,등에서 수상. 『공정한시인의사회』2022년6월호(vol.81),〈공시사의시선〉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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