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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에 체하다 / 강현

김성미 기자 | 기사입력 2022/05/21 [09:50]

소리에 체하다 / 강현

김성미 기자 | 입력 : 2022/05/21 [09:50]

소리에 체하다 / 강현

 

속이 더부룩한 밤이다 소리를 과식한 탓이다

 

시끄러운 소음들이 복수에 차서 울렁거린다.

소리의 잡음과 소리의 진상들

말이라는 기포들은 소리 안쪽과 소리 바깥쪽

당신이 머물던 곳에서 당신이 떠나간 곳의 파동을 읽는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당신의 소리와 나의 소리도 소음이 되어 소름이 돋았다.

 

산책을 나섰다

당신의 소리는 어디로 튈지 모를 날카로운 말 하나 감추고

혀끝으로 맛을 찾듯 안쪽에서 간을 보거나

바깥쪽에서 무심한 척 마침표를 찍어버린다

 

말은 전생에 나였을까 당신이었을까

나에게서 달아나는 당신의 직선적인 말들

당신에게 좇아가는 나의 우회적인 말들

 

모든 소리가 유영하는 밤

잘못 온 문자를 지우듯 당신의 소리를 지운다.

눈을 감는다.

 

 

 

강현 시인 

경남 진주 출생,

시인투데이 문학상 대상 수상(2021)

계간 <한국사진문학> 사진시 부문 신인상 수상(2021)

제2회, 제3회, 제4회 계간 한국사진 문학 작품상 수상(2022)

시집 '시간도둑과 달팽이'(문학의 전당,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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