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선풍기 / 이종근
아파트 오 층 천장 위, 매달린 그를 안전하게 끄집어 내렸다, 높은 데서 내려온
그는 모음 ‘ㅗ’ 字 위에 동그라미를 가분수로 하여 나름의 위엄 있는 용모였다, 비스듬하게 바라보니 얼추 ‘오’ 字를 판박이로 닮았다, 그를 둘러싼
음모의 포장용 비닐을 벗겨내곤 닦고 조이고 다시, 자음 ‘ㄹ’의 돌기 끝을 통해 피를 주입하듯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고, 생사를 가늠할 버튼을 눌러보았다
乭아 乭아, 계속 솟구쳐 乭아
미미한 바람은 장안의 땡볕 아래, 푸르게 피어오른 장미화(薔薇花)가 가시 아픔을 검붉게 일으켰다, 지독하게 얽히고설킨
오월의 통증을 씻겨줄 기나긴 초여름의 돌풍(突風)으로 이어졌다, 아파트 오 층 천장 위, 매달린 그를 안전하게 끄집어 내리곤
음력 사월 초파일 날, 세욕(洗浴)과 관불(灌佛)을 거듭하였다
乭아 乭아, 계속 솟구쳐 세속을 乭아
이종근 시인
계간《미네르바》등단함.『서울시(詩)-모두의시집(한국시인협회)』,『문예바다,공모시당선작품(제1집)』등에 참여하였으며, 《박종철문학상》,《제주문학관개관기념문예작품공모》등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함.
<저작권자 ⓒ 시인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오늘, 시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