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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검사 / 엄상연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2/04/28 [23:53]

불안 검사 / 엄상연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2/04/28 [23:53]

불안 검사 / 엄상연

 

오늘은 불안을 검사 받는 날이다 주마다 한 번 있던 간단한 검사 말고 매달 한 번 불시에 검사를 받는데 오늘이 마침 그날이다 검사지 에는 불안과 상관없을 법한 질문 하나가 떡하니 있다 이를 테면 고양이를 ‘ 키운다면 무슨 색 고양이를 키우겠습니까 혹은 ’ ‘일주일 동안 가장 놀란 장 면은 무엇입니까 같은 ’ 괴상한 질문 말이다 여기서 검사자가 알게 되는 건 특이한 질문에 평범한 대답이 나올 것인가 불안으로 망가진 세상이 이상하 게 비치는가 그러니까 애초에 비정상적인 질문에 정상적이지 못한가를 물었 던 것이다 내가 아프다는 전제가 묻었다는 게 나는 조금 슬펐다 슬픈 광경 을 지켜보던 엄마도 슬펐다 테스트의 대부분은 불안 정도를 수치로 나타내 주었지만 이유와 해결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나의 불안은 수치로 나오지만 내가 언제 나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내가 아는 한 불안은 전이되지 않 았다 옮는 게 아니었으나 다들 전염병에 걸린 사람마냥 나를 피했다 한 지 붕 아래 서로 다른 방에 살았으니 나와 불안은 철저히 격리되어 감시당했다 나는 병자가 아니에요 힘껏 외치고 싶었건만 왜인지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 러다 갑자기 다들 경악했다 나는 조금 슬플 뿐이었는데 왜들 그러지 알고 봤더니 허약한 난간 아래 나를 붙잡고 있던 건 엄마였다 많이 울고 있었다

 

 

♣ 엄상연

2022 <여행은 밖에서 사랑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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