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배 연서 / 박철한
정동진 좌4 초소에 국방색 전투복 차림의 두 명의 군인이 민간인 통제를 하고 있다. 사수는 상병이고 부사수는 일병이었다. 부사수가 그리운 임에게 쓴 편지를 왼쪽 가슴 주머니 속에 소중하게 넣고 다녔다. 그러던 중 해변에서 빈 병을 발견하였다. 사수의 눈치를 살핌과 동시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며 그가 받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그리며 둥글게 말아 병 속으로 밀어 넣었다. 비닐을 구겨 입구를 막고 바닷물에 던졌다. 그러나 편지를 먹은 병이 떠나기 싫은 듯 군홧발 앞을 몇 번 맴돈다. 파도에 두둥실 밀려 넓은 바다로 떠났다.
많은 시간이 지났으나 소식이 없어 가슴 속 깊이 묻고 생활하였다.
그러던 중 친구(최동식)와 함께 호미곶을 방문하였다. 마침 삼십삼 년 전 정동진에서 보낸 유리병이 갯바위에 부딪혀 깨져 편지들이 쏟아져나와 바닷물에 흩어져 하얗게 물들였다. 두둥실 떠다닌다.
이때 편지 속 이야기들이 바닷물에 젖어 녹아 없어질세라 갈매기 떼 급하게 낭독하고 있다. 그 애절한 내용에 파도까지 잠시 졸음에 빠져 조용하였다. 다만 낭독 소리만 고막을 찌를 뿐이었다. 관조하며 잠시 젊음을 소환하는 시간이었다. (임이여! 이 낭독 소리 들리는가?)
♣박철한 충남 홍성 출생, 예산농업전문대학(농촌지도학과)졸업, 내무부 장관표창 수상, 『지필 문학협회』 제58기 시 부문 신인문학상 당선/등단, 『열린 동해 문학』 제35회 수필 신인문학상 당선/등단, 『희망봉광장』 제35회 사진작가 당선/등단, 〈YAHOO! KOREA〉아름다운 대한민국 수기 대상 수상, 2020년 <홍성군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추진단> 문화, 관광 디카시 장려상 수상, 『설봉문학』 제1회 설봉문학상 금상,『현대시문학』 제1회 디카시 문학상 은상, 제3회 커피문학 동상, 『신정문학』 달빛 디카시 최우수상, 2020년 <문화관광체육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장애인예술 창작 활성화 선정, 문학의 봄 외20개소 문단과 영남매일 외 7개 신문사에 칼럼과 작품 발표. 現) 홍성군 평생교육센터 문예 강사, <바람의 무늬> 시집, <시간의 조각> 수필집 출간, <양철지붕 집 세 채>,<49 프로젝트> 수필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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