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김성미
바람에 흔들리지 않았다면 바람의 말을 한 소절이라도 담아낼 수 있었을까
♣ 김성미 시인 한국사진문학협회 정회원 2020 제3회 경남고성 국제한글디카시 공모전 우수상 2021 제4회 경남고성 국제한글디카시 공모전 우수상 2021 제5회 황순원 디카시 공모전 가작 2021 《시인의 시선》 디카시 부문 신인상 2021 제3회 세계인성포럼 디카시 공모전 대상 2021 제1회 한국사진문학대상 공모전 입선
[서승주 시인의 시선] 절묘하지 않은가, 바람에 꺾인 힘없는 마른 풀이 모래밭에 저렇게 고운 무늬를 남기다니. 힘없는 마른 풀이 얼마나 바람에 흔들리고 시달렸으면 저렇게 고운 노래를 모래 위에 써 놓았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모래 위의 저 섬세한 무늬는 바람의 물리적 힘에 의한 자연현상일 뿐 풀의 의지에 의해 생겨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절묘한 것은 저 풀이나 바람이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낸 모래 위의 작은 흔적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우리의 삶의 한 단면을 읽어낸 시인의 날카로운 시선에 있는 것이다. 수없이 흔들리면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 외부적인 크고 작은 요인들에 의해 우리들은 얼마나 많이 부대끼고 흔들리면서 살아가고 있는가. 목숨 있는 것들의 삶이란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저 풀처럼 부대끼고 흔들리는 것이 그 본질인지도 모르겠다. 불가에서는 우리 중생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을 ‘고해(苦海)'라고 하지 않던가. 그 흔들림이란 타자의 직접적인 힘에 의한 것도 있겠지만 자유의지가 있는 우리 인간에게는 자신의 내면에서 스스로 일어나는 흔들림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 흔들림이란 상황에 따라서 괴로움일 수도 있고 때로는 행복하고 달콤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시인은 ‘흔들리지 않았다면 바람의 말을 한 소절이라도 담아낼 수 있었을까’라고 한다. 우리의 삶은 흔들림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고 그 속에서 비로소 그 의미를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온실 속에 놓여서 흔들리지 않고 시달리지도 않고 살아간다면 그러한 삶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떻게 저리 고운 삶의 노래를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기꺼이 바람에 흔들리는 삶이어야 하겠다. 고뇌하고 아파하면서 틈틈이 푸른 하늘도 보고 철마다 피어나는 풀과 꽃들도 보면서 나를 흔들어 대는 바람과 함께 살아야 하겠다. 그리하여 저 풀처럼 나의 삶의 노래 한 소절 담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서승주 시인, 한국사진문학협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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