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건너기 / 장정래
눈 뜨면 건너야 한다
깊은 물, 아슬한 벼랑 지난 길 꿈만 같은데
또 하루 건너야 할 몫 수레의 남은 숨이 깔딱이고 있다
♣장정래 시인 아마추어사진가 조세금융신문 / 시마을 주최 신춘문예 포토시공모전 '홀씨자전거' 장려상
[양향숙 시인의 시선] 눈 뜨고 살아있는 동안 우리는 길을 가야 한다. 그 길이 험한 길이든 꽃길이든. 산다는 일은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길을 어떤 형태로든 가야만 하는 것이다. 만하 시인의 ‘길 건너기’를 보면 허리가 90도로 꺾인 노인이 리어카를 밀고 횡단보도를 건너가고 있다. 시인은 눈 뜨면 건너야 하고 깊은 물이든 아슬한 벼랑이든 자신의 몫을 수레에 남은 숨이 깔딱이는 순간에도 건너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 어찌 보면 삶이라는 게 참으로 비정하다. 꿈같았던 지난 시간이 오늘의 이 역경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찬란한 과거도 성대함이 보장된 미래도 내 것이 아니다. 오늘 이 시간, 지금이 바로 나의 시간이고 살아있음의 엄중한 징표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과거가 없는 오늘이 있을 수 없다. 과거의 기억과 추억이 고달픈 오늘의 삶을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희망을 걸 미래가 없다면 오늘의 이 어려움을 어디에 기대고 일어선단 말인가. 우리가 인생의 길을 건너는 데는 횡단보도라는 안전장치가 있고, 설사 신호가 바뀌었다 해도 기다려주는 선한 이웃들이 있다. 내게 주어진 몫을 다하고 떠날 수 있도록 복지도 나름 잘 되어 있다. 홀로 걸어야 하는 외로움을 위해 나 스스로 장치를 마련해 두고 당당하게 남은 길을 걸어가야겠다. (양향숙 시인, 서정문학 등단, 한국사진문학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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