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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숙 시인의 시선] 바리깡 / 김성미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2/01/21 [03:54]

[양향숙 시인의 시선] 바리깡 / 김성미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2/01/21 [03:54]

 


바리깡
/ 김성미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지만

머리를 저 지경으로 밀어버렸으니

저 산, 참 많이 억울했겠다

 

 

 

 

 

♣ 김성미 시인

2020년 고성국제디카시공모전 우수상

2021년 고성국제디카시공모전 우수상

2021년 황순원디카시공모전 가작

2021년 세계인성포럼디카시공모전 대상

2021년 한국사진문학대상 공모전 입선

2021년 『시인의 시선』 디카시부문 신인상

2021년 제7회 시인투데이 작품상

디카시 마니아 회원

한국사진문학협회 운영위원

계간 『한국사진문학』 편집위원

디카시집 『구독 신청』 출간

E-mail dica4m@naver.com

 

 

 

 

[양향숙 시인의 시선]

세월이 지나도 각인된 기억들이 있다.

우리 할아버지는 농부이면서 부업으로 이발사를 하셨다. 솜씨가 제법 좋으셨는지 값이 싸서인지 인근 몇 개 마을에서 농사일 하지 않는 시간에 맞춰 이발을 하러 오는 단골들이 제법 많았다. 개중에는 어린이도 있어 바리깡이 지나갈 때 머리카락이 물려 따가우면 몸을 들썩이기 마련이고 그럴라치면 할아버지의 호통이 떨어졌고 초등학생인 어느 아이는 깎아 놓은 머리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일그러진 표정으로 닭똥 같은 눈물을 떨구던 기억이 있다.

김성미 시인의 바리깡을 보면 산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머리를 저 지경으로 밀어 억울했겠다고 한다. 화재로 산허리가 바리깡이 듬성듬성 지나간 자리처럼 보이는데 우리는 저런 걸 쥐 뜯어 먹은 자리라고 표현했다.

국도를 지나다 보면 저런 바리깡 자국을 많이 보게 된다. 볼썽사납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해마다 겨울이나 봄의 건조한 날씨에 전국 각지의 산에서 산불이 일어나 임야 몇 헥타르가 탔고, 인가 가까이 불길이 접근해 주민이 대피했다는 소식, 집이 타서 이재민이 인근 시설에서 어렵게 생활한다는 소식 등의 뉴스를 접하게 된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실화로 인한 산불이 줄어들어 삶의 터전이나 소중한 임야자원이 한순간에 타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시인이 표현한 것처럼 바리깡으로 형편없이 밀어버린 머리 때문에 산들이 억울할 일도 없을 텐데 말이다.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자그 옛날 표어들을 다시 상기해 본다.

(양향숙 시인, 서정문학 등단, 한국사진문학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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