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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 정홍근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2/01/20 [05:10]

도마 / 정홍근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2/01/20 [05:10]

도마 / 정홍근

 

 

시장통 분식집에서 순대를 산다

찰순대에 간과 허파와 염통 따위

고루 섞어달라 주문하고선

주인아주머니의 현란한 칼솜씨를

느긋하게 감상한다

 

왼손 손가락들의 유기적인 움직임과

오른손의 경쾌한 리듬감으로

한바탕 휘몰아치는 춤사위가 끝나면

돼지의 영혼은 한 접시의 위로가 되어

내 앞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그것이 다가 아님을

순대 한 조각 그냥 먹게 된 것이 아님을,

춤추는 칼날 아래 속살을 드러낸 채

대접처럼 움푹 팬 가슴으로

칼춤의 무대가 되어 떠받치는

소나무 도마를 보며 깨닫는다

 

그동안 내가 타고 놀았던 수많은 도마

더러는 갈라지고 더러는 뒤틀려

속절없이 버림받은 그들을 떠올린다

그들의 영혼이 한 접시 위로가 되어

내 앞에 놓여 있음을 생각한다

 

 

 

 

♣정홍근 시인

시인, 작곡가, 한국사진문학협회 운영위원(기획국장)

계간 한국사진문학 시부문 신인상

1회 한국사진문학대상 최우수

2회 계간 한국사진문학 우수작품상 최우수

4회 시인투데이 작품상 우수

5회 시인투데이 작품상 우수

한국사진문학협회 온라인 디카시 백일장 최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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