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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 정홍근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2/01/07 [02:01]

졸업식 / 정홍근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2/01/07 [02:01]

졸업식 / 정홍근

 

 

아이들 졸업하는 날,

나도 꽃다발 하나 들고 활짝 웃고 싶다

그들의 졸업에 딱히 보태준 건 없지만

웅성대는 아이들 틈에 섞여

사진이라도 한 장 같이 찍고 싶다

 

가만 생각하면 조금 미안하다

저들이 걸어갈 길이 덜 미끄럽도록

눈이라도 쓸어둬야 하는 건데

빗자루도 하나 준비 못 한 나는

갑자기 부끄럽고 슬프다

 

한편으론 조금 부럽기도 하다

날마다 새로운 날개가 자라고

날마다 새로운 부리가 돋는 그들을 보며

더는 자랄 날개도 돋을 부리도 없는 나는

불현듯 서럽고 아프다

 

그렇지만 다시 시작을 꿈꾼다

그들의 날개를 떠받치는 한 줌 바람이 되어

그들의 부리를 갈고 닦는 숫돌이 되어

영원히 졸업하지 않는 학생이 되고 싶다

 

 

 

♣정홍근 시인 

시인, 작곡가

한국사진문학협회 운영위원(기획국장)

계간 한국사진문학 시 부문 신인상

1회 한국사진문학상 최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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