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의 꿈 / 서승주
김성미 기자 | 입력 : 2021/12/24 [02:22]
메주의 꿈 / 서승주
짓이겨 뭉개지고 매달려 마르고 갈라져서 썩어서야만,
그 갈라진 아픈 상처에 곰팡이 피어 시퍼렇게 멍들어서야만,
쓰라린 소금물에 잠기어 꽃피고 단풍 드는 몇 철을 눈 감고 지나서야만,
그러고서도 귀뚜라미 서러운 울음이며 동짓달 시린 밤하늘의 외로운 별빛이며
온 동네 크고 작은 뜬소문들 다 받아 감싸 안고 곰삭인 다음에라야,
메주에게는 비로소 새까맣게 때깔 좋은 간장을 꿈꾸는 깊은 밤이 오는 것이다.
♣ 서승주 시인
한국사진문학협회 정회원
번역시집
<가네코 미스즈 시집: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
<가네코 미스즈 전집1:별과민들레>
<가네코 미스즈 전집2: 억새와 해님>
<가네코 미스즈 동시: 모두를 좋아하고 싶어>
나태주 시인의 일역시집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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