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언더도그마 / 이지호

유세영 기자 | 기사입력 2021/12/24 [01:27]

언더도그마 / 이지호

유세영 기자 | 입력 : 2021/12/24 [01:27]

언더도그마 / 이지호

 

 

그대는 가진 것이 많으면서도 불행하고 따뜻했소. 그리고 그것이 그대가 우리에게 미움 받았던 이유요. 가진 것이 불행밖에 없는 사람은 아무나 함부로 불행스럽다는 태도를 드러내는 걸 싫어한다오. 더군다나 그대는 가진 것이 많았기 때문에 당신의 불행은 일종의 위선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오. 어쩌면 불행마저 당신이 가져가도록 놔두기가 서러웠을지도 모르오. 우리는 까닭을 알아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소. 왜냐하면 당신이 너무나 투명하여 못난 우리를 다 비추었기 때문이고 그것이 우리에게는 시렸기 때문이오. 당신은 온실 속의 화초였소. 우리는 엄정한 겨울바람에 쉴 새 없이 몸을 베였지만 당신은 그런 고초를 겪을 필요가 없었소. 그러나 당신은 온실 밖 우리의 고통 때문에 행복할 수가 없었소. 우리는 그것을 천천만만한 핑계라고 생각했소. 물론 온실 속 화초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라는 사실을 지금은 알고 있다오. 화초는 바깥에 비해 온실 속에서 자라는 자기 처지가 낫단 사실을 알아서 행복한 게 아니라 자기가 아는 세상의 전부가 온실이고 그래서 세상이 따뜻하고 행복한 줄로만 알아서 행복한 것이오. 온실 밖의 존재를 알게 된 후에 아무것도 몰랐을 때의 그 행복한 시절에도 세상 한구석에는 고통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당신은 행복할 수가 없었소. 따뜻한 건 세상이 아니라 당신이었소. 차가운 우리의 존재 때문에 이 세상은 무결한 온기를 가질 수가 없기 때문이오. 어쨌든 당신은 분수를 몰랐소. 끝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살았어야지 우리를 감히 이해하려 하다니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오. 우리는 당신의 따뜻함을 받아들일 겨를이 없소. 따뜻함도 베풀 수 있는 자만이 가지는 재산이기 때문이오. 그러나 벼랑 같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재산은 오직 불행뿐이오. 그러니 이해하지 못하는 불행에 공감하지 마시오. 우리는 당신이 우리 같은 것을 모르기 바라지만 사실은 우리가 당신 같은 자를 모르기를 더 바라고 있소. 왜냐하면 우리는 온실 안에서 바깥을 아무리 바라보아도 기쁘기만 할 것이기 때문이오. 우리는 누구보다도 더 악을 써가며 노래할 것이 틀림없소. 하지만 당신은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을 안다오. 그대는 불행하고 따뜻하면서도 가진 것이 많기 때문이오.

 

 

 

 

♣ 이지호 

심석고등학교 2학년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산문 많이 본 기사
광고
광고
광고